9명 이하의 만 19세 미만 아동·학생을 교습하는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이 가능해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홀로 운동을 하고 있다. 일부 실내체육시설은 아동 회원이 없는 경우가 많아 계속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형평성 잃은 방역 정책에 종사자들 분노, 거리두기 완화 요구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제발 문이라도 열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특히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제적 타격을 넘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다수의 실내체육시설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문을 닫는 등 방역에 적극 협조해왔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 이른바 '핀셋방역'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부 시설은 마스크를 벗고 이용할 수 있지만, 철저히 마스크를 쓴 채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너무 가혹한 방역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역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8일부터 같은 시간대 9명 이하의 만 19세 미만 아동·학생을 교습하는 실내체육시설은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 고객이 대부분인 헬스장과 필라테스, 요가학원에 대한 방역은 바뀐 것이 없다. 이에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실내체육업계 종사자들은 형평성 없는 정부 방역정책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들은 "제발 영업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헬스장이 사람 없이 한산한 가운데 트레이너가 운동을 마치고 홀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에서 요가학원을 운영하는 김남희 씨가 텅 빈 학원에서 홀로 수련을 하고 있다. |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김상대 씨가 필라테스 기구들을 만지며 영업을 재개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
교육목적의 실내체육시설도 차별 방역 논란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체육 입시 학원은 운영이 가능하지만 현재 체육 임용 학원은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장기간 영업 못한 헬스장...일용직까지 알아보는 트레이너들
헬스장은 실내체육시설의 대표 업종이다. 형평성 논란 끝에 아동 회원에 한해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성인 회원이 대부분인 탓에 여전히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헬스장 관장과 트레이너들은 교대로 오가며 업무를 이어가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한산한 와중에도 영업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회원들에게 알려줄 운동을 연습하는 중이다. 일부 트레이너들은 수입이 없어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영업이 힘들어지자 헬스장은 방역과 관련해서는 예민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러닝머신과 운동 기구 사이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기구 하나하나를 소독하는 등 방역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는 회원이 있는 경우는 즉시 퇴장을 시킬 정도로 강도 높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도 문제다. 최근 헬스장은 체인 형식으로 많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체인 헬스장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신청해도 본사에만 지급된다. 분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울러 사업장 수와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금액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사업장별 데이터화를 거쳐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채윤진 씨는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어려운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방역에 있어서는 업종에 차별 없고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정부의 방역 정책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현재 많은 헬스장들은 오는 16일 예정된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 및 완화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헬스장은 운영을 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 |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근력운동을 하는 트레이너. 전문가들은 근력운동을 할 때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도 신체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러닝머신마다 칸막이가 설치된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헬스장. |
헬스장에서 가장 높은 감염위험 시설이라고 지적받았던 샤워 시설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대부분의 헬스장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자진해서 샤워 시설을 폐쇄했다. |
일부 헬스장은 유튜브를 통해 홈트레이닝 방송을 녹화해 회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
◆제발 문이라도 열었으면... 눈물 흘리는 필라테스와 요가학원
필라테스와 요가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실내체육시설의 성수기는 연말연초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요가학원을 운영하는 김남희 씨는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김 씨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미리 인원 제한을 두고 방역에 신경을 썼지만 정부의 방역정책에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씨는 "2차 유행 때까지만 해도 방역에 협조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정부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하지만 3차 유행이 터지고 나서 다시 실내체육업계와 일부 업종에만 영업 제한을 두자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김상대 씨는 텅빈 학원에서 기구를 소독하는 일을 빼놓지 않고 있다. 필라테스 기구가 고가인 만큼 고정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유리 보수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김 씨는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많은 사람이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 학원은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세웠는데 문조차 열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요가학원을 운영 하는 김남희 씨는 장기간 학원을 열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김상대 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공기청정기와 환기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해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
김남희 씨는 "재난지원금은 안 받아도 된다"며 "하루 빨리 학원 문을 열고 회원들하고 요가를 하면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
◆체육입시는 가능, 체육임용은 불가능
생활체육뿐만 아니라 교육체육도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체육임용실기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도 거리두기로 인한 집합금지로 체육임용학원은 운영할 수 없었다. 반면 체육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은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이에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체육임용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이 제대로 된 실기 준비를 못 하고, 13일 열린 2차 교원시험에 응시했다.
체육입시 만큼 체육임용도 개인이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에 다수의 수험생은 임용학원을 통해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체육임용학원을 운영하는 김유은 씨는"현재 체육임용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체육입시랑 체육임용의 차이는 체육입시는 기본 체력 측정에 대한 비중이 큰 반면 체육임용은 체육 교사를 뽑는것이 목적이라 기계체조와 육상,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 대한 소양을 요구하기에 개인이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씨는 교육부까지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며 집합제한을 완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교육부로부터 "변경없이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서울 노량진에서 체육 임용 학원을 운영한 김유은 씨가 거리두기 시행 전 계획했던 시간표를 살펴보고 있다. |
김 씨는 "거리두기가 체육 입시 학원과 공통적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수긍을 하겠지만 현재 방역 정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책에 불만을 내비쳤다. |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NO', 공감 할 수 있는 방역정책 필요
이처럼 많은 실내체육업계 종사자들이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로 인해 고통받았다.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개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실내체육활동은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고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다. 더불어 발열 체크와 인원 관리도 다른 업종에 비해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무작정 장기간 문을 닫게하는 방역지침보다 실내시설에 맞는 방역지침을 만들고 완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업계 종사자는 "사람들에게 '괜찮냐'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싫다"며 "예전처럼 회원들이 운동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소리를 듣고 싶을 정도다"라고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소망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사람들과 웃으면서 건강하게 운동하고 싶다"는 것이다. 오는 16일 정부는 실내체육업과 일부 업종에 대한 거리두기 완화 여부를 발표한다. 이번에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방역지침이 나오길 기대한다.
계속되는 차병방역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실내체육업계 종사자들. |
방역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실내체육업계 종사자들은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사람들과 건강하게 운동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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