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 인근에는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만, 몇주째 주변에 많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사소한 불법이나 범법을 방치하면 강력사건과 심각한 무질서를 초래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생각나게 한다. /이새롬 기자 |
무단 횡단, 불법 주차, 쓰레기 무단 투기 횡행...'모럴 해저드' 현장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깨진 유리창의 이론(Broken windows theory, BWT)’이 있다. 어느 곳에 주차된 자동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는데, 이를 고치지 않고 방치하자 차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부속품을 다 가져가는 등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됐다. 이는 미국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 발표한 범죄학 이론으로, ‘사소한 불법이나 범법을 방치하면 강력사건과 심각한 무질서를 초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인접한 건물 뒤편. 다가가보니 흡연자들이 자연스레 운집해 있었고 그 지역은 종로구청에서 지정한 금연구역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고 있었다.
직장인이 많은 을지로 번화가 골목. 벽돌 등 폐자재가 쌓여 공터가 되어버린 곳에서도 다수의 흡연자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미터 앞에 흡연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레 공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공터 바닥에는 무수한 담배꽁초와 일회용 음료수컵 등 쓰레기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다.
서울 잠실대교 남단에 많은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고 있다. |
중학천보행로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
흡연자제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만, 흡연을 하고 있는 사람들. |
을지로 한 공터에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불과 몇미터 앞에 흡연공간(오른쪽 녹색건물)이 보이고 있다. |
공터에는 담배꽁초와 일회용음료수컵 등 많은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있다. |
흡연자들이 지나가고 난 뒤 길바닥에 쌓인 수많은 담배꽁초들. |
비 내리는 서울 을지로 일대에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음료수컵 등 쓰레기에 빗물이 고여 있다. |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에는 오토바이와 지게차, 자전거 등이 한데 모여 주차돼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차선 도로를 막아 세우거나, 인도나 교량에 빼곡하게 주차된 오토바이들은 시민들의 이동에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앞뒤로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는 다산교 교량에는 불법 주차에 대한 서울시의 경고안내문이 부착돼 있지만 그럼에도 오토바이 등 많은 운반수단이 주차돼 있다.
오토바이 주차장이 된 동대문 패션타운 인근 1차선 도로. |
인도에도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시민들이 1열로 줄지어 도로를 걷고 있다. |
다산교 교량 양옆으로 빼곡하게 오토바이가 주차돼 시민들의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 |
교량에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이를 비웃듯 많은 오토바이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
종로구 이화동의 한 도로 1차선에 여러대의 트럭이 뒷받침대를 내려 번호판을 가린 채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
천막으로 꽁꽁 묶어 도로에 주차한 운반차량들. |
또 마포구 상암동 회사 건물이 밀집해 있는 한 도로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을 나온 직장인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익숙한 듯 왕복 2차선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다. 게다가 낮 12시부터 피크인 점심시간 동안 신호 체계마저 꺼져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인천 검암역 앞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도로 앞 횡단보도의 신호가 자주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무단횡단을 일삼았다.
상암동 회사 건물 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
도로 양쪽에서 차가 나타나도 거침없는 질주 |
검암역 앞 도로에서 시민들이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도 다수의 무질서함은 자주 발생한다. 20일 오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탑승구 앞 노란 정지선을 넘어 서 있다. 또 다른 지하철역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 일부가 뒷문 승차를 시도하고 있다.
버스 앞문에서 순서를 지키며 탑승하는 사람들과 대조적으로 뒷문에 모인 사람들은 하차하는 사람들과 섞여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버스 뒷문에는 '뒷문승차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여전히 여러 사람들이 뒷문 승차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에티켓'일뿐 위법의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뒷문 승차자가 늘어날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사가 뒷문으로 타는 승객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할 뿐더러, 하차하는 승객과 승차하는 승객이 서로 부딪히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하철 열차 탑승구 앞 노란 정지선 넘어 선 사람들은 어느 역에서든 쉽게 볼 수 있다. |
버스 앞문에 줄 지어 선 사람들에 비해 뒷문에 우르르 모인 사람들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하차하는 승객들과 재빨리 자리에 앉기 위해 뒷문에 오르는 사람들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차로 5분 남짓 들어간 해변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해변을 뒤덮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더팩트> 취재진이 쓰레기 범람 실태를 알리기 위해 취재를 다녀온 곳(버리고 간 '양심'... 쓰레기로 얼룩진 '추억')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름이 더 지난 17일 다시 찾은 이곳은 더 많은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마침 기자가 취재를 나간 이날 인근 해변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 역시 이 쓰레기를 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선녀바위 해수욕장에도 피서객들이 즐기고 있는 텐트 뒤로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만, 이미 이를 넘어선 많은 쓰레기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선녀바위해수욕장에서 즐기는 피서객 텐트 뒤로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
수많은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을왕리해수욕장 옆 작은 해변.우리 양심의 '깨진 유리창'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
법망을 빠져나가면 불법을 범해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러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쉽게 나타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듯한 행위들이 쌓여 무질서가 난립하며, '우리 양심의 깨진 유리창'은 사회 곳곳에서 더욱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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