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에세이] '빛이 그린 도심의 추상화'
입력: 2019.11.27 00:00 / 수정: 2019.11.28 12:05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발견한 반사된 건물의 모습이다. 네모반듯한 건물이 유리창에 반사되자 굴절 효과가 발생하면서 기이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선화 기자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발견한 반사된 건물의 모습이다. 네모반듯한 건물이 유리창에 반사되자 굴절 효과가 발생하면서 기이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이선화 기자] 머리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던 11월의 오후, 길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보인 기이한 건물 무늬 때문에 한참이나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이 마치 회오리 같기도 하고, 출렁거리는 물결 같기도 하고,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기도 했다.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어? 무늬가 바뀌잖아?"

발을 내딛자마자 벽이 움직였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더니 또 한 번 건물이 출렁였다. 나한테만 보이는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은 앞만 바라보며 걸었고 세상은 평소와 같았다.

눈으로만 보기가 아쉬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어린아이처럼 셔터를 누르고 나서야 기이한 무늬의 정체가 벽의 문양이 아닌 '건물 유리에 비친 도시'라는 걸 깨달았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빛의 굴절과 유리의 특성 때문에 네모반듯한 건물이 다양한 곡선으로 비쳤던 것이다.

'빛'이라는 화가가 '유리'라는 스케치북 위에 '도시'라는 색을 그린 그림.

고층 건물이 즐비해 있는 서울의 모습이 유리창에선 유연한 곡선으로 바뀌었다. 삭막한 도시가 유리를 통과하자 따듯한 동심 속 세상으로 비쳤다. 그 순간만큼은 세계의 어떤 미술관도 부럽지 않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어떤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말이다. 유리에 비친 도시의 모습은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빛의 선물이 아닐까?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여유를 주자. 1분이면 된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빛이 그린 작품을 바라본다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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