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주년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되새기며 '한글 사랑해요' 글자를 나열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이새롬 · 남용희 기자]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어울려 글자를 이루고 온갖 소리와 사람의 생각을 다양하게 적을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위대한 문자다. 한글의 우수성과 창제과정을 담은 '훈민정음'은 국보 제 70호로 지정됐으며, 1997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는 삶 속에서 자랑스러운 한글을 얼마나 잘 쓰고 있을까. 서울 인사동과 청계천 책방 거리 일대는 한글 간판들이 우리의 전통을 알리고 있다. 또 한글이 가진 조형미를 실용 디자인으로 확장하려는 다양한 시도들도 있다. 서울 세종로는 세종대왕의 정치를 본받고자 붙여진 동명으로, 다양한 한글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외래어와 줄임말, 신조어로 인해 올바른 한글 사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 퍼진 신조어는 트렌디해 보인다는 이유로 의미도 모른 채 무분별하게 쓰여 지기도 한다. 변형된 한글의 사용은 우리 고유문화를 파괴하고, 언어의 본래 기능인 의사전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염된 한글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무분별한 외래어와 틀린 맞춤법으로 표기된 옥외 간판들은 익숙하게 지나칠 정도다. 동음이의어나 각운 등을 이용한 언어 유희적인 간판들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전세대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부분인 만큼 자칫 잘못된 표기법이 맞춤법인양 쓰일 수 있어 우려된다.
오늘(9일)은 573주년 되는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되새기며 단 하루라도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 인사동, 청계천 헌책방거리...'반가운 한글간판'
인사동거리,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거리답게 이 곳에선 유명 외국 커피 브랜드도 한글로 된 간판을 달고 있다. |
청계천 헌책방 거리 일대 점포들은 2014년부터 '한글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글 간판을 달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
◆ '찌게-찌개'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 오래된 외래어... 여전히 버젓이
여전히 혼용되는 잘못된 맞춤법, '육개장, 찌개'가 올바른 표현이다. |
과거 '삘딍'이라 표기했지만, 이제는 '빌딩'이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이다. |
◆ '쪼렙 · 렬루 · 존맛'... 세종대왕도 놀랄 요즘 한글
'렬루'는 '정말로'를 의미하는 '리얼(real)로'를 귀엽게 표현하여 '리얼루'라고 쓰며, 이 말을 빠르게 발음한 말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때 쓰이는 신조어다. |
'핵인싸'는 아주 커다랗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로,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 겉도는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
세종대왕님도 놀랄 요즘 한글 '레벨이 낮다'는 뜻의 온라인 용어 '쪼렙', ‘하얗게 태우고 핫하게 태운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열광적으로 받을 때 쓰는 말인 '하태핫태', 음식이 매우 맛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인 '존맛', 재미를 줄인말인 '~잼' (위부터 시계방향). |
◆ 역시 아름다운 '순우리말' 그리고 생활 속의 '한글'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강의 뜻을 지닌 '가람', 은하수를 뜻하는 '미리내', 이야기를 뜻하는 '이바구' |
'생활 속 녹아있는 한글' 맨홀 뚜껑에 적힌 글씨와 인사하는 모양의 조명등, 서울 세종로 한글 글자마당에 설치된 한글이 적힌 의자, 한글로 만든 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자음 'ㅎ'을 형상화한 벽시계. |
감탄사 '아이쿠'를 형상화 한 의자. |
'한글 의자에 앉은 아이들~' |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한글날을 맞아 새 무료 서체 '을지로체'를 선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은 한글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매년 한글날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판 글자들을 배달의민족 만의 감성으로 재생산한 무료 서체를 배포하고 있다. |
오늘은 한글날, '우리 모두 한글을 사랑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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