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무인 편의점에서 손님들이 셀프 계산대 키오스크를 이용해 구입한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매장 내 상주하는 직원이 없으므로 사원증을 찍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선화 기자 |
길 안내, 커피 제조, 무인 판매 로봇 활약...진화하는 키오스크
[더팩트|이선화 기자] 2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B게이트. 부모 손을 놓은 어린이들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무리를 이끄는 '선봉장'이 있다.
"어라? 저건 로봇이잖아?"
아이들을 따라 몇 걸음 걷자 돌연 로봇이 멈춰섰다. 180도 고개를 돌리더니 이렇게 소리를 냈다. "따라오고 계신가요? 저를 놓치지 마세요."
어린아이보단 크고 성인보단 작은 그의 이름은 '에어스타', 길 안내 키오스크(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다. 셀프 체크인 카운터와 셀프 스마트 백드롭(자동화 기기를 통해 스스로 수하물을 맡기는 서비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 로봇은 공항 직원을 대신해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고 4개 국어를 사용해 외국인의 편의를 제공하며 시즌별 기념카드도 선물해준다.
사람이 지나가면 멈춰서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스스로 충전하고 사진찍기를 누르니 윙크까지 한다.
"세상에!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공항에서 만난 로봇 에어스타. 길 안내 키오스크다. |
'에어스타'에게 찾는 장소를 말하면 직접 데려다준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기능이 있어 장애물과 부딪히는 일이 없다. 또한 이용객이 잘 따라오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사진은 에어스타의 움직임을 촬영해 레이어를 합성했다. |
귀여운 외형과 편리한 사용법 덕분에 안내데스크를 이용하는 여행객보다 에어스타의 인기가 더 많다. |
4개 국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외국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로봇이 탄 커피 드셔보세요'
이목을 끄는 문구와 독특한 형태의 기계, 흡사 사람 팔처럼 생긴 이 로봇의 이름은 '비트'로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비트가 직접 원두를 내리고 음료를 제조한다. 시원한 음료와 라떼는 물론 초콜릿 음료도 알아서 척척 제조한다.
로봇 바리스타가 탄 커피 맛은 어떨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 잔이나 마셨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로봇이 탄 커피 드셔보세요~' 바쁘게 움직이는 팔 모양의 로봇 '비트'.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다. |
'ORDER HERE'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
아이스 커피, 우유가 들어간 라떼, 초콜릿 음료 등 다양한 주문이 가능하다. |
입장부터 계산까지 모든 것이 셀프인 24시 무인 편의점도 있다. 이곳을 찾은 손님은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한다. 물건을 찾는 것도 음식을 데우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홍대 앞에는 무인 청바지 매장도 있다. 입구에서 신용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자유로운 쇼핑이 가능하다. 상주하는 직원이 없으므로 여러번 피팅을 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시범 운영 중인 서울의 한 무인 편의점, 사원증을 가지고 있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출입할 수 있다. |
이곳에선 물건 구매와 계산, 음식 데우기까지 전부 셀프다. |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 완료! |
무인 결제 시스템은 어린이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
홍대에 위치한 24시 무인 청바지 매장. 입구에 신용카드를 인식하면 문이 열린다. |
상주 직원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쇼핑이 가능하다.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는 "혼자 쇼핑하는 손님들이 주로 찾아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
사실 키오스크는 이미 우리 주위에 익숙하게 자리해 있다. 현금자동지급기(ATM)나 지하철 표 발권기가 그 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 무인결제주문기를 중심으로 세탁소 코인 빨래방, 음식점 무인주문시스템, 공공기관 무인민원발급기 등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키오스크는 인건비에 비해 임대료도 낮고 편리하므로 무인화의 인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무인화의 확대가 최저 임금 인상의 그늘이라는 점에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한 음식점 사장은 키오스크 도입을 고려하는 이유로 '직원을 쓸 여유가 없어서'를 꼽았다. 실제 키오스크가 설치된 매장에는 직원이 없거나 한두 명이 고작이었다. 더 있더라도 음식을 만들거나 매장 청소, 물품 관리, 배달만 할 뿐이다.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주문 키오스크, 대부분의 손님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해 원하는 메뉴를 구입한다. |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음식을 만들거나 청소하는 일을 중점으로 한다. |
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푸드코드 역시 키오스크를 사용해 빠른 주문이 가능하다. |
키오스크가 설치된 일부 음식점에선 유인 계산대에 직원이 없어 따로 불러야 했다. |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의 주문 키오스크, 결제와 동시에 직원이 음료를 만든다. |
코인 빨래방, 세탁부터 건조까지 전부 무인화다. |
은행에 설치된 스마트 키오스크, 은행원 없이도 입·출금과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업무가 가능하다. |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46개국 800여 개 직업 유형을 조사한 결과 전 세계 노동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예측이지만 무인화의 발전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빠르게 변하는 무인화 시대, 키오스크의 보급으로 높아진 편리성만큼 일자리 확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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