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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응급환자를 태웠습니까?' 응급 환자를 태우지 않은 한 사설구급차가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버스 전용차로를 질주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배정한·문병희·남윤호·남용희 기자] 나와 우리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해주는 구급차와 응급구조사는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꽉 막힌 도로 위,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면 운전자들은 소위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길 터주기를 한다. 저 구급차 안에 탄 사람이 나의 가족 일수도 있다는 생각,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생각에 조금 불편하고 느리게 갈 수 있지만 위급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름다운 양보를 한다.
그러나 법을 어기는 미꾸라지 같은 몇몇의 사설구급차 운전자들 때문에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선한 행위가 그들에 대한 의심으로 주저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한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달 16일부터 1일까지 보름간 사설구급차량의 운행을 지켜본 결과 버스전용차로 무단 운행과 응급구조사 미탑승, 긴급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이렌과 경광등을 울리며 과속을 일삼는 행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다양한 방법의 불법 위반 장면이 빈번하게 목격됐다. 사설구급차량의 '불법 운행' 실태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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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태운 듯 경광등을 점등하며 버스 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사설구급차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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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목적지는 세차장?' |
지난 4월 동작구의 한 도로 위 사설구급차가 경광등을 켠 채 버스전용차선을 질주했다. 그 구급차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목적지는 세차장이었다. 출동이 아닌 구급차의 세차를 위해서였다. 또 한 번 경광등을 켠 상태로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사설구급차, 도착한 곳은 본인들의 사무실이었다. 응급구조사와 운전자는 유유히 사무실로 들어갔다.
또 다른 사설구급차 운전자는 환자를 태운 뒤 다른 업체의 운전자와 10분간 담배를 피우고 차량에 올라탔다. 응급환자가 아닌 듯했으나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을 나선 뒤 중앙선을 넘어 질주를 했다. 걸어서 구급차에 오르는 어르신들, 이송은 맞지만 응급은 아닌 상황. 이 구급차 역시 사이렌을 울리며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을 하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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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운전자는 빈 침대를 끌고 오고... 4명의 어르신들이 걸어서 구급차에 탑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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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봐도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광등 점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중앙선 침범! |
환자 이송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긴급자동차'로 지정된 구급차는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경찰서 심사를 통해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취재진에 포착된 다수의 사설구급차량들은 '정당한 사유'가 없어보였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 입구로 들어서는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만 차에서 내려 응급환자를 이동시켰다.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는 없었다. 현행법상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48조에 의하면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 출동시 응급구조사나 의료진이 반드시 동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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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 없는 구급차, 이송 중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환자의 생명은 누가 책임질까요? |
사설구급차의 잘못된 운행 실태에 대해 동작구 보건의약과의 한 관계자는 "사설구급차의 허가와 운영관리는 각 자치시도에서 한다. 서울시는 그에 관한 사항들을 각 자치구에 위임한 상태이다. 보건소는 사설구급차가 규정에 맞는 장비와 인력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은 하지만 교통법규 위반에 관한 사항은 관리 조항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 사항에 대해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사설구급차 단속만을 위해 인력과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다.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설구급차들을 육안으로 확인해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을 해 확인을 하지만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미터기 조작과 119 무선주파수 도청, 연예인 불법 탑승, 음주운전 등 사설구급차 운행에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단속의 어려움과 관련법 미비 등을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모세의 기적'이 뒷걸음질 치지 않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기획부 phot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