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기획] '지하철 임산부석'의 남성 구두, 누구십니까?
입력: 2018.04.19 05:00 / 수정: 2018.04.22 22:16

누굴 위한 자리인가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지하철 2·5·7호선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100명이 넘는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었다. 임산부 전용석으로 표시된 핑크카펫 표시 위에는 남성들의 신발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임산부 배려를 위한 핑크카펫 이미지 위에 100명의 남성 신발 사진 이미지를 합성했다. /이덕인 기자
'누굴 위한 자리인가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지하철 2·5·7호선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100명이 넘는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었다. 임산부 전용석으로 표시된 핑크카펫 표시 위에는 남성들의 신발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임산부 배려를 위한 핑크카펫 이미지 위에 100명의 남성 신발 사진 이미지를 합성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이덕인 기자] "임산부가 다가오면 배려석을 양보하겠다고요? 막상 임산부는 누군가 앉아있으면 자리를 요구할 용기가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임신부의 한숨섞인 대답이 가슴을 짓눌렀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수도권 전철 열차에 한 칸당 2석씩 총 7100개의 임산부 배려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자리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자 서울시는 2년 전부터 임산부석을 분홍색으로 바꾸고 지난해에는 2·5호선 임산부석 바닥에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그렇다면 과연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더팩트> 취재진은 저출산 극복 캠페인 '아이가 희망이다'를 전개하면서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지하철 2,5,7호선 임산부석 이용실태를 취재했다.

임산부가 오면 과연 자리를 양보해줄까요?
임산부가 오면 과연 자리를 양보해줄까요?


쇼핑백이 임신을?!
쇼핑백이 임신을?!


자리 앞에 사람이 와도 독서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자리 앞에 사람이 와도 독서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초기 임신부들은 배가 부르기 전, 겉으로 표시가 나질 않아 배려석 양보를 요구하는데 사실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남성이나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앉아도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치 보는 임산부, 눈치 없는 남성
'눈치 보는 임산부, 눈치 없는 남성'

임산부가 의도적으로 배지를 보여도 남성은 스마트폰만 바라봅니다.
임산부가 의도적으로 배지를 보여도 남성은 스마트폰만 바라봅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임신 5개월 김 모씨(29)는 "출퇴근 시간에 (임산부석에) 앉고 싶어도 거의 자리가 없어요. 나이 든 분들이나 남자가 앉아 있어도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어떻게 말하나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임산부가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임산부가 임산부 전용석에 다가와도 딴청을 피우거나 눈을 감아 버리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을 위해 임산부들이 어려움 없이 좌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할 때다. 임산부가 없다면 우리의 미래가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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