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권력에 의한 성(性) 약탈'
입력: 2018.03.30 05:00 / 수정: 2018.03.30 07:34
성폭행 혐의 받는 안희정 전 지사가 지난 9일 자진출석을 시작으로 19일, 28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더팩트 DB. 이덕인 기자
성폭행 혐의 받는 안희정 전 지사가 지난 9일 자진출석을 시작으로 19일, 28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더팩트 DB.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최용민 기자]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권력'의 사전적 의미다. 물리적 힘을 가해 조직 구성원을 따르게 하거나 권위나 위신 같은 상징적 힘을 이용해 명령할 수 있다. '강압적 권력'이 전자라면 후자는 '규범적 권력'이다.

"권력을 지닌 사람은 마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하는 뇌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충동적이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며, 역지사지 능력이 하락한다" 미국 심리학자 캘트너가 권력의 심리를 연구하며 내놓은 학설이다.

정리하자면 권력을 갖게 되면 세상을 자기 중심적으로 보게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은 어떤 짓을 해도 예외가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5월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기습적인 뽀뽀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5월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기습적인 뽀뽀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2017년 3월 안희정 전 지사가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2017년 3월 안희정 전 지사가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권력에 의한 성(性)의 약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며 내용 또한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 의해 신보다 더 많이 언급된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기네스팰트로와 안젤리나 졸리등 헐리우드 초특급 여배우들과 주변 여성들을 30여년간 농락한 사실이 알려져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안마를 하며 성기를 문지르라는 연출가 이윤택의 추행 수법과 동일했다. 그는 헐리우드 최고의 권력자에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분노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최근 파산했다. 더이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웨인스타인의 이름이 호명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조선초 차기 왕권 승계자이자 미래권력이었던 양녕대군은 자신의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의 큰아버지인 정종의 애첩마저 욕정의 도구로 삼았다.

조선실록은 양녕을 섹스 파문으로 대권 문턱에서 주저앉은 대표적인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양녕이 폐세자가 된 '어리사건'을 고자질 한 사람이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세종대왕 역시 조선사에서 여성편력으로 빠지지 않는다.

종교 권력도 예외는 없었다. 매일 밤 창녀를 교황청으로 불러 들였다는 알렉산더 6세, 많은 정부와 유부녀를 탐하다 그중 한 여인의 남편에게 맞아죽은 요한 12세, 남창(男娼)과 섹스 중 얽힌 상태에서 급사한 바오로 2세등 권력에 취해 이성을 통제 못한 교황들의 성(性)스러운 행위는 바티칸의 아픈 치부로 남아있다.

2017년 4월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전 지사가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대선 후보와 함께 화합 의지를 다지는 호프 타임을 갖고 있다. /더팩트 DB
2017년 4월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전 지사가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대선 후보와 함께 화합 의지를 다지는 호프 타임을 갖고 있다. /더팩트 DB

2016년 11월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 참석한 안희정 전 지사. /더팩트 DB
2016년 11월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 참석한 안희정 전 지사. /더팩트 DB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8일 구속을 면했다. 도지사라는 위치에서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강제성이 있는 성폭행이었는지가 심문의 쟁점이었다. 담당 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안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어차피 정치생명은 끝났을 망정 자신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차기 청와대행 티켓을 거머쥘 유력한 후보에서 빛의 속도로 몰락한 그의 처지가 참으로 궁하다. 모든것이 완벽해져 가는 시점에서, 더 높게 비상하려는 찰라에 말그대로 폭망했다.

안 전 지사는 숱한 정치적 역경을 헤치며 고공비행을 했지만 하늘이 높고 푸른줄만 알았지 그 높이의 가파름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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