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단독 이장면⑥] 국회의원의 '은밀한' 휴대전화, 기자상 '효자폰?'
입력: 2017.12.31 16:00 / 수정: 2017.12.31 16:00

원내 대변인의 휴대전화 지난 6월 2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김정재 의원이 휴대전화로 보좌관에게 조국 조지는 날 문자를 보내고 있다(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이 10월 25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원내 대변인의 휴대전화' 지난 6월 2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김정재 의원이 휴대전화로 보좌관에게 '조국 조지는 날' 문자를 보내고 있다(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이 10월 25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팩트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슴 떨리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탄성을 자아내던 순간도 있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현장의 느낌은 어땠을까. <더팩트>사진기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단독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을 선정, 부문별로 소개한다.<편집자주>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 국회는 여전히 장관 임명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당시까지 임명된 장관은 5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국회 상임위 불참을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6월 2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강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었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정재 의원이 분주하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에게 '안경환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 '문정인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단번에 '조국 조지면서'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호되게 때리다라는 뜻을 지닌 '조지다'는 표준어이긴 하지만 국회의원이 직접 쓰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터라, 적잖이 놀랐다.

김정재 의원의 문자(왼쪽)와 민경욱 의원의 문자.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의 전체회의 소집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을 예고했다.
김정재 의원의 문자(왼쪽)와 민경욱 의원의 문자.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의 전체회의 소집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을 예고했다.

당론과 원내 현안 관련 브리핑, 논평 등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김 의원의 문자는 당시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시 김 의원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민경욱 의원 역시 휴대전화로 문자를 하고 있었는데, 민 의원은 자신에게 온 한 익명의 지지자에게 답변을 하고 있었다. 민 의원이 받은 문자는 '자유당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국회 밖으로 나와서 전원 삭발하고 의원직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 의원이 무심코 답변한 이 문자에는 의원직사퇴의 내용을 있었는데, 민 의원은 이를 간과하고 시점을 고심한다는 내용을 보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6월 20일 <더팩트>는 이날 상황을 [TF포착] 자유한국당 '오늘은 조국 때리는 날?'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 3당의 요구로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늦게 와가지고 뭐 하는 거야?" "발언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라고 고성을 지르며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가 여야 의원들의 성토장으로 변질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운영위가 소집된 이유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불량인사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은 물론, 최근 미국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출석도 요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가 여야 의원들의 성토장으로 변질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운영위가 소집된 이유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불량인사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은 물론, 최근 미국에서 '한미 군사훈련 축소'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출석도 요구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 후배로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최근 후배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통화를 하다가 해당 기사를 잘 봤다는 정 교수의 인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수고했어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조국 민정수석의 아내다. 기자는 본의 아니게 정부 측 인사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하게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특별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특별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속칭 ‘조국 사건’ 이후, 휴대전화 일화가 또 생겼다. 문 정부 출범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월 25일의 일이다. 이날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득별시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는 날이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날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그리 순탄치 못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에 국감 자료를 요청했다가 박원순 시장 측 인사인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에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지며 국감이 시작한 지 20여분 만에 정회됐다. 결국 오후에야 속개됐다.

보통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번갈아가며 순서를 정해 정해진 시간 (대략 7분) 동안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의를 한다. 상임위의원(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31명이다)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질의를 하고, 추가 질의에 들어가면 오전부터 감사를 시작해도 하루가 빠듯한 시간이다. 오전을 날려버린(?) 의원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각자 자신이 준비한 질의에 한창이었다. 그렇게 국정감사는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초반에 질의를 마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단번에 휴대전화라는 것을 알았다. 국감장에서도 의원들이 휴대전화 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비서들과 질의 관련 내용을 주고받거나, 기사를 검색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자주 봐 왔기에 강 의원의 모습은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강 의원이 즐기던 게임은 같은 모양의 블록 세 개 이상을 연결해 없애는 방식의 유명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의 블록 방식과 숫자를 보아 강 의원은 어느정도 이상의 게임레벨을 지니고 있었다.
강 의원이 즐기던 게임은 같은 모양의 블록 세 개 이상을 연결해 없애는 방식의 유명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의 블록 방식과 숫자를 보아 강 의원은 어느정도 이상의 게임레벨을 지니고 있었다.

유독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강 의원이 궁금해진 기자는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뜻밖에도 강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유명 모바일게임 (같은 모양의 블록 세 개 이상을 연결해 없애는 방식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강 의원은 기자가 근처에 다가갔을 때도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질의가 끝나고 긴장이 풀어진 탓이었을까, 다른 의원들이 하는 무난한 정책 질의에 흥미를 잃어서였을까. 이유가 어찌됐든 그의 '딴짓'이 그리 달가워보이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강 의원 역시 더불어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의 직책을 맡고 있다. 기사는 다음날 국정감사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 [TF삐컷] 길고 지루한 국정감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로 보도됐다.

여당과 제1야당의 두 원내대변인 덕(?)에 기자는 2017년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스폿 뉴스(sport news) 부문에서 두 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saeromli@tf.co.kr
사진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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