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외 또 다른 이웃들이 존재한다면? 예상치 않았던 곳의 상상치 못한 존재들! |
하루에도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쁜 생활속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가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것들 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구성해 봅니다. 많은 질문을 통해 알고 싶은것을 찾아가는 코너 <포토多Q>. 사진으로 많은 사회적 현상과 사람, 사물을 관찰하고 해답을 던지려 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최용민·남윤호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인간들 말고 또 다른 종족들이 살고 있다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만큼 풍부한 상상력이 구현된 작품으로 인간에 의해 피해를 받는 그들의 입장이 아리에티라는 인물로 형상화됐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인들과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인간들이 함께 공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루 밑 아리에티' 처럼 소인은 아니지만 인간 이외 또 다른 이웃들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다소 엉뚱한 발상일 수 있으나 주변에는 우리만 인지하지 못할 뿐 실제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사물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으나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해보면 감탄사가 나올만큼 재미있고 앙증맞은 존재들이다. 사물은 특정 공간을 점유하는 물리적 대상이지만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물에 깃든 시간의 깊이는 흔적을 남기고 발산하는 이미지는 신비함 마저 느끼게 한다. 무심코 지나치면서 본 수많은 사물의 얼굴 중에는 과도한 비약처럼 억지스럽기도하지만 어떤 것은 엉뚱하고 기발하다.
하수도 상판에서 담배 꼬나문 건달. |
거제도 상문동 수풀에 숨어있던 미소바위. |
리어카 속 은밀한 코주부 아저씨. |
음료캔 뚜껑 속 앙증맞은 얼굴. |
폐기된 자전거벨 속 안경 낀 얼굴. 딱풀 속 숨어있던 얼굴. 찾잔 속 코알라. 담수조작함 속 얼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지게차 뒤에 위풍당당한 검투사, 버스정류장 스피커 속 강아지, 싱크대 속 오토바이 헬멧, 명함꽂이의 얼굴, 방송카메라 라이트에 감춰진 외계인, 허름한 골목길에 위장술을 펼쳤던 사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사물 속 얼굴들은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중첩되면 사람의 얼굴과 전혀 닮지 않아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만화나 크로키를 보면 선 몇개만을 가지고 얼굴을 그려내기도 하는데 이는 이목구비 배열이 우리가 얼굴을 알아보게 하는 판형과 같다. 즉 절적히 배열된 눈, 코, 입, 귀는 사람을 닮지 않았지만 감각정보를 통해 얼굴 형태로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우리는 여러 얼굴들을 경험하면서 마음속에서 '어떤 상'을 만들어내고 그와 유사하면 그대로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전거 타이어 공기주입기 속 얼굴. |
폐기처리 된 오토바이에 숨어있던 미식축구선수. |
교묘히 숨어있다 걸린 냄비 뚜껑 속 얼굴. |
우리는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오싹한 느낌에 문득 뒤를 돌아 본 경험을 한두번씩 가지고 있다. 이상한 긴장감,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적 기괴함등 무의식 중에 느껴지는 또 다른 시선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 시선속에는 사물의 또 다른 얼굴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카멜레온 버금가는 이들의 위장술은 어떤 상황에서도 숨어있는 공간을 최적화하고 최적화된 공간은 베일에 가려진 듯 신비주의를 연상케 한다.
보고 싶다고 당장 찾아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부릅 뜬 눈은 집중을 요하고 어릴적 보물찾기 하듯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발품과 손품은 덤이다. 많은 사물의 얼굴들은 무심코 보았다 우연히 발견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산속 수풀에 가려져 있던 미소바위, 폐기처리 된 오토바이에 숨어있던 미식축구선수, 하수도 상판에서 담배 꼬나문 건달, 리어카 속 은밀한 코주부 아저씨, 허름한 골목길에서 위장술을 펼쳤던 사슴, 캔뚜껑 위 앙증맞은 얼굴등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상상치 못한 존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중랑구 봉화산 유인원 얼굴 바위(일명 해골바위), 얼굴 모양과 두상은 사물에 깃든 시간의 흔적이다. |
고가구 속 품위있는 얼굴, 우편함 속 두건 두른 아낙네, 강냉이가 버거운 박스 상자 속 얼굴, 무엇에 놀란 듯한 표정의 공사장 철골들, 귀여운 표정의 소화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사물의 이름으로 은밀하게 가려져 있는 사물속 얼굴들. |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익숙한 듯 익숙치 않은 다양한 사물의 얼굴들이 생활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메타포를 빌려온 듯한 은밀함과 때로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강렬함 그리고 발각되면 발칙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뻔뻔함까지, 빵 터지는 웃음에 이들의 존재는 유쾌함으로 다가온다.
동심으로 돌아가 주변을 한 번 잘 살펴보자. 은밀하고 발칙한 우리주변 또 다른 이웃들의 모습에 잠시나마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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