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 '문제는 잔디야, 이 바보야'
입력: 2017.09.04 05:00 / 수정: 2017.09.04 20:16
한국-이란전 엉망이된 논두렁 그라운드
한국-이란전 엉망이된 논두렁 그라운드


[더팩트 | 최용민 기자]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그라운드 모습입니다. 마치 두더지가 파놓은 듯 움푹 패인 논두렁 같은 잔디 상태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요. 한국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잔디 관리가 이지경이 되도록 대체 뭘했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지게되면 월드컵 탈락이라는 재앙을 맞이 할 수 도 있기에 경기 취재에 집중해보지만 90분 내내 경기장 위로 튀어오르는 잔디를 보며 할 말을 잃었습니다. 발길 닿는대로 푹푹 파이는 잔디의 처절한 모습이 아시아전역으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이게 한국스포츠의 현실인가?라는 자괴감과 실망감에 아주 많이 쪽팔렸던 하루였습니다.

경기장 안으로 시선을 돌려 볼까요?. 거참 보면 볼수록 참으로 가관입니다. 굳이 말이 필요없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보시죠.

김신욱이 푹 패인 잔디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김신욱이 푹 패인 잔디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선수들이 볼다툼이 벌어지는 치열한 그라운드. 치열함이 더해 갈수록 패여가는 잔디.
선수들이 볼다툼이 벌어지는 치열한 그라운드. 치열함이 더해 갈수록 패여가는 잔디.


이리가도 패이고 저리가도 패이고.
이리가도 패이고 저리가도 패이고.
한국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처잠한 잔디 상태.
'한국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처잠한 잔디 상태.


국가대표팀으로 복귀한 이동국이 움푹 패인 그라운드를  위험스럽게 뛰어가고 있다.
국가대표팀으로 복귀한 이동국이 움푹 패인 그라운드를 위험스럽게 뛰어가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거친 몸싸움 속 패여가는 잔디.
한국과 이란의 거친 몸싸움 속 패여가는 잔디.


한국-이란전 엉망이 된 그라운드.
한국-이란전 엉망이 된 그라운드.

위와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0년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이란의 친선경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었습니다. 당시 팬들은 탈모증을 앓는것 처럼 뽑혀있는 잔디를 보며 많은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이날 0-1로 패했던 조광래 감독도 잔디 상태의 아쉬움을 크게 토로했다고 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깔린 잔디는 한지형 잔디로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워 중순까지 황갈색을 띄며 그 외에는 푸른색을 띄는 사계절 잔디라고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태풍과 장마가 몰려오는 여름에는 잔디관리에 상당히 애를 먹는다고 하네요. 경기장 잔디를 얘기하다보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아니지만 98년 4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황금색 잔디를 녹색 페인트로 염색시켰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색이 벗겨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던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

한국-이란전, 군데군데 패여있는 잔디가 한국축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한국-이란전, 군데군데 패여있는 잔디가 한국축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한국-이란전, 관중석의 팬들이 패여있는 잔디를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란전, 관중석의 팬들이 패여있는 잔디를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엉망이 된 그라운드 위로 한국과 이란 선수들이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엉망이 된 그라운드 위로 한국과 이란 선수들이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 황희찬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잔디가 파이고 있다.
한국 황희찬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잔디가 파이고 있다.

잔디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관중들의 눈 피로도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대 스포츠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이번 이란전을 앞두고 국민의 세금 7천만원이 넘는 돈을 잔디 보수에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 어이없게도 '잔디 참사'가 또 일어나고 말았군요. 98년 잠실주경기장 한일전 녹색 페인트 염색 잔디와 이번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란전 논두렁 잔디가 뭐가 다를까요? 돈은 돈대로 들이고 품은 품대로 팔고 망신은 망신대로 사는 어처구니 없는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관리능력 부실에 대한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의 사과와 문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잔디 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을 인지했던 축구협회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선수들의 이동거리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이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잔디상태로만 본다면 서울 근거리의 수원월드컵경기장이 몇배는 더 관리가 잘 돼 있었습니다.

한국-이란전 엉망이 된 그라운드
한국-이란전 엉망이 된 그라운드

0-0 무승부 후 엉망이 된 그라운드를 걷고 있는 한국 선수들.
0-0 무승부 후 엉망이 된 그라운드를 걷고 있는 한국 선수들.

이란전에서 안방임에도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팀은 5일 운명의 우즈벡전을 갖습니다. 우즈벡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훌륭하다고 하는군요. 신태용 감독은 "잔디가 좋은 곳에서 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이란과 비긴 뒤 선수들은 잔디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었는데요. 사실 뒤집어 보면 이란도 같은 입장이었고 원정경기임을 감안하면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즈벡전은 최적의 잔디구장에서 열리는 만큼 제대로된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축구대표팀이 변명과 핑계로 구긴 체면을 일소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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