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 '더그아웃에 등장한 코끼리'
입력: 2017.08.25 05:00 / 수정: 2017.08.25 05:00
NC 지석훈과 장현식이 코끼리에어컨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NC 지석훈과 장현식이 코끼리에어컨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팩트 | 최용민 기자]요며칠 비가 좀 오나 싶었습니다. 가을은 아니지만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은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내 몸을 식혀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내년에나 볼 줄 알았던 폭염이란 놈이 염치도 없이 다시 나타나 광기를 부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자극된 분비샘에서 송송이 맺힌 땀방울은 눈뭉치 말아지듯 세를 불리며 온몸을 타고 내립니다. 줄줄 흐르는 땀과 헐떡이는 숨은 여름나기가 좀 더 고약해짐을 알립니다. 땅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지랄발광을 떠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욕지거리를 해대는 시간입니다.

NC 선수가 코끼리에어컨에 몸을 맡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NC 선수가 코끼리에어컨에 몸을 맡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NC 나성범이 코끼리에어컨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NC 나성범이 코끼리에어컨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라운드 취재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일하는 나는 오늘도 짧은 탄식과 말아진 혀끝에서 나오는 욕을 앙다문 입술로 간신히 참습니다. 한낮에 달궈진 야구장 콘크리트가 토해낸 토사물들이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한증막처럼 내 주변을 감싸며 살살 깐족거리는게 영 맘에 안드네요. 면벽수행하듯 눈을 감아보지만 결국 짜증이란 놈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밤톨 같은 얼음덩어리를 눌러 담은 아이스커피 한 잔이 간절할 즈음, 더그아웃에서 묘하게 생긴놈이 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누구냐 넌?

NC 선수들이 이닝 교체시 코끼리에어컨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NC 선수들이 이닝 교체시 코끼리에어컨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일명 '코끼리 에어컨'이라 불리는 이동식 에어컨이 놈의 정체였습니다. 송풍구가 코끼리 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네요. 온몸을 불사르며 선수들의 땀을 식혔던 대형 선풍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군요. 잠시 놈을 관찰해 볼까요? 전면에 길쭉하게 나온 송풍구 두 곳은 차가운 바람을 뿜어내고 후면 길고 굵은통은 실외기 처럼 더운바람을 내보냅니다. 상하좌우 원하는 곳 어디든 고정시킬 수 있어 땀에 쩔은 선수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전 선풍기와는 비교도 안되는 냉기는 선수들을 단박에 사로잡네요. 가격은 대당 200여 만원(50평형 기준)이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머리위에 얼음을 얹으며 선풍기의 뜨거운 바람을 이겨냈던 더그아웃 풍경은 이젠 옛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더그아웃의 NC 선수들이 무더위에 연신 땀을 닦고 있다.
더그아웃의 NC 선수들이 무더위에 연신 땀을 닦고 있다.


NC 이도형 코치가 코끼리 에어컨에 모자를 걸며 열을 식히고 있다.
NC 이도형 코치가 코끼리 에어컨에 모자를 걸며 열을 식히고 있다.


이닝 교체때마다 흐르는 땀을 훔치던 선수들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송풍구 앞으로 몰려듭니다. 냉기를 온몸으로 맞는 선수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입니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도 신기해 한다고 합니다. 무더위에 지친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더그아웃에 설치된 이동식 에어컨은 실제로 컨디션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당분간 선수들의 '코끼리 에어컨' 사랑은 뿜어내는 냉기와는 다르게 뜨겁디 뜨거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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