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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스카이돔 전경. 구장의 특성을 활용한 외야 광고들이 눈에 띈다. |
[더팩트 | 최용민 기자] 언젠가 부터 야구장을 출입하면서 광고판이 이렇게 많았었나 문득 놀랄 때가 있었습니다. 늘상 보여지는 부분이기에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았지만 막상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뜯어보니 야구장은 광고 천국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서 천국이지 광고 전쟁터가 따로 없더군요.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광고판 아귀 다툼에 멀미가 날 정도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노출이 가능한 공간과 틈새는 광고판으로 채워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왜 이렇게 야구장에 광고들이 몰리는 걸까요? 야구장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의 가치와 2조원대에 육박한 경제효과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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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 광고단가가 가장 비싼 외야 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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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중계시 노출도가 높은 포수 뒤 A보드, 단가는 2억 7천만원 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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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선수들도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 |
국내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야구는 높은 시청률과 중계 비율을 자랑합니다. 팬들의 충성도 또한 매우 높습니다. 매일 중계되는 TV와 리얼타임으로 전해지는 기사 속에 광고는 자연스럽게 노출이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서 노출은 전방위적입니다. 노출 효과가 커질수록 구단과 기업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겠죠. 야구장을 전세 낸 구단들은 짭짤한 광고수익에 계산기 두들기는 맛이 그만일 것이고 야구장 마케팅에 나선 기업들은 비용 대비 갑절 큰 효과에 함박웃음을 보일 겁니다. 물론 점점 올라가는 단가는 부담스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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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되는 공간이면 어김없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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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되는 공간이면 어김없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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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에 붙어있는 광고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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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광고판,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는곳은 이중 삼중으로 붙어있다. |
그렇다면 야구장에 거액을 뿌려대며 광고판을 걸어놓은 이들이 노리는 효과는 뭘까요?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노출은 스포츠마케팅에서 최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반복적인 메시지 인식효과를 볼 수 있고 TV중계를 통한 광범위한 노출은 사정권을 가늠하기 힘듭니다. 또한 온오프등 다양한 미디어들의 추가적인 노출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타삼피'란 말은 이런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여기에 잠실야구장의 경우 두 팀(LG, 두산)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타구장에 비해 많은 관중을 확보할 수 있고 두 배로 늘어난 경기수는 노출과 홍보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상의 구조입니다. 기업들의 돈다발이 야구장으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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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테이블석에 붙어있는 광고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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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테이블석에 붙어있는 광고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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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꽃 치어리더, 시선이 쏠리는 만큼 노출 효과가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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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투수의 투구 스피드를 안내 할 때마다 광고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
잠실야구장의 경우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곳은 TV 노출 빈도가 높은 포수 뒤 A보드로 알고 있지만 외야 좌우에 있는 타워가 가장 비싸다고 합니다. 단가는 연간 3억5천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포수 뒤 백보드 광고는 이 보다는 약간 적은 2억 7천만원 선입니다. 롤링되는 광고는 원래 15개 정도였으나 밀려드는 광고 요청에 최대 30개까지 늘렸다고 합니다. 서울시나 구단입장에서는 이만한 효자가 없을 겁니다. 내야 파울지역 펜스 광고는 최소 2천만원에서 비싼 곳은 1억원선으로 위치에 따라 가격 차가 크다고 합니다. 외야 펜스는 6천만원에서 7천만원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최근 현대자동차는 야구장 바닥을 활용한 그라운드 페인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잔디에 새겨진 자동차 이름이 시선을 끌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모든 곳은 광고가 가능한, 즉 다시말해 돈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파울 폴대에까지 광고판을 걸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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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폴대 마저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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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야구장 바닥 활용한 그라운드 페인팅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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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외야석에도 어김없이 광고판이 붙어있다. |
야구장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입니다. 최근 CEO의 불미스런 일로 이미지가 추락했으나 사업초기에 야구장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지금의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야구장 본부석 하단 A보드 광고를 통해 TV 노출 효과를 극대화한 전략이었습니다. 전국구 도약을 노리는 중소건설사들도 야구장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기업과 주택 브랜드 이미지를 노출할 수 있어 건설사들의 부족한 인지도를 높이는 최적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야구장 마케팅도 치열합니다. 프로야구 대부분의 관중석을 채우는 30, 40대 직장인과 금융사의 주 타킷층이 일치한다는 판단입니다.키움증권이 야구장 광고로 재미를 보자 너도나도 광고판에 이름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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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 교체시 마다 바뀌는 전광판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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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가능한 곳은 광고판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심지어 파울 폴대까지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
많은 관중들이 모이는 스포츠현장에서 환호와 함성이 뒤섞이면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동 된다고 합니다. 짜릿함과 고조되는 감정속에 반복해서 노출된 광고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파고들어 각인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야구장 광고는 처음엔 무심했지만 대상에 대한 노출이 거듭 될 수록 호의적인 태도로 변한다는 '에펠탑 효과'처럼 기업의 브랜드를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다가서게 하는 마력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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