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법자' 전동휠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 전동기는 인도나 자전거 도로, 공원에서 이용할 수 없음에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구나 전동휠을 타면서 스마트폰까지 이용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임세준 기자

[더팩트ㅣ임세준 기자] "안전장비 갖추고 타는 데 문제 있나요?"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인가. 전동휠을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운전하기 편하고, 쉽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여름철을 맞아 이용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걷는 것보다 편하고, 타다 보면 스피드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인근은 물론 공원 자전거도로 인도에서 미꾸라지처럼 곡예운전을 하는 이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1인용 전동휠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나 자전거 도로, 공원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헬멧 등 보호장구도 착용해야 한다. 위반하면 과태료 대상이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이용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알고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원이나 인도는 물론 자전거 도로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전동휠을 이용해 '여름철 무법자'로 군림하고 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전동휠의 위법 실태를 조명한다.

'전기 모터가 탑재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전동휠. 안전 무방비에 놓여 주의가 촉구되고 있다.

'한강공원 내 금지행위' 1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전동휠 이용 금지를 비롯한 각종 금지행위 규정이 안내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전동휠을 이용하고 있다.

여의도를 점령한 새로운 '탈 것', 모양새가 유년기에 자주 타던 킥보드 같네요.

최근 외출하기 좋은 날씨를 보이자 많은 시민들이 한강을 따라 인근 공원에 모여들고 있다. 특히 여의도 한강공원은 강을 벗 삼아 '치맥'이나 운치 있는 데이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급부상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덩달아 불청객도 늘었다. 바로 '전동휠'을 이용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다. 모두 과태료 대상이다. 더구나 이들은 일반 공원 이용자들을 방해함을 물론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이 발명한 1인용 이동 전동휠 '세그웨이'를 필두로 그 원리를 이용한 '전동휠'은 국내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앞뒤로 바퀴가 위치한 자전거보다 전기모터와 균형을 잡아주는 자이로스코프가 탑재되어 양옆의 균형을 잡으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동휠 제품들은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동휠로 즐거운 시간 보내는 젊은이들.

여의도 내 한강공원뿐 아니라 인근 보행도로에서도 자주 목격됩니다.

물론 여의도공원에서 이용 금지입니다.

그러나 '전동휠'은 대중적인 이동수단이 되었지만 반대로 도로의 법규와 안전성 등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아 보행자와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단순한 개념으로 유아용 킥보드 정도로만 바라보지만 실상 현행법규 에서 이러한 전동모터가 탑재된 제품은 125cc 미만의 스쿠터와 동일하게 취급해 면허가 없으면 무면허 운전자가 된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 공원에서는 이용할 수 없으며 위반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용시 헬멧과 보호대도 착용해야 한다.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는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에 따라 공원내 전동휠 사용을 전격적으로 금지하고 단속전담요원을 배치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위험하게 충돌 직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시민들

단속 직원이 전동휠 이용자를 단속하러 달려가고...

이렇게 현장에서 단속되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 각종 금지행위 규정이 안내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많은 전동휠 이용자들은 대부분 정확한 법규를 모르고 있었다. 한 연인은 "안전 장구를 다 갖추고 이용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여의도 한강공원 내부에서 이용하는 점과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이용하는 점, 면허 없이 원동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자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며 "그냥 이동수단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을 흐르며 재빨리 공원 밖으로 벗어났다.

또 다른 남성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전동휠 타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냐는 물음에 "그럼 저 위에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타는 것이 정상이냐?"고 불쾌하다는 듯 반문했다.

주말 63빌딩 일대 도로는 한강공원을 찾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며칠간의 취재가 진행되자 인근 상인들은 다가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인근 자전거 대여소에서 일하는 한 상인은 "물론 자전거도 보행자에 비해 빠르지만, 전동휠의 속도는 자전거보다 더 빠른 것 같아 가끔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 저녁에 전동휠과 빠른 자전거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인근에서 돗자리 대여를 하는 한 상인은 "어제 눈앞에서 큰 충돌 사고가 났다. 빠르게 달려오는 전동휠과 자전거가 부딪쳐 두 사람이 피를 흘렸는데 이러한 큰 사고 말고도 근래 전동휠과 자전거, 혹은 보행자와의 충돌사고가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글슬쩍 들어서서.

좌우 상황 살피고는...

자전거 도로도 아닌 보행자 도로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는 젊은 연인.

취재하는 일주일 동안 헬멧을 쓴 이용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 슬쩍 끼어드는 바람에 고속으로 질주하는 자전거와 충돌할 뻔한 순간도 목격됐다. 더군다나 이들은 전동휠을 타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해 '도로의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보행 중 스마트폰 조작도 위험한데, 전동휠을 타면서 스마트폰까지 조작하는 데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동기로 분류되는 전동휠은 16세 이상의 원동기 장치 면허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과연 모두 면허소지자들인지도 의문이다. 또한 단속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전동휠 이용 환경'도 문제지만, 사전 교육을 전혀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점도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등장한 전동휠을 단순한 원동기로만 분류해 많은 이용자가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공원 부근에서 이뤄지는 전동휠 업자의 호객 행위도 문제입니다.

시민들이 전동휠을 소지한 채 보행자가 많은 도로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아슬아슬 스마트폰 조작까지.

한 손과 두 눈은 스마트폰, 전동휠은 위험하게 운행 중.

도로에서도 공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전동휠, 어디로 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