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로 복귀한 임창용의 속죄투. |
[더팩트 | 최용민 기자] 스펀지 처럼 가득 비구름을 머금고 있던 장마전선이 전국적으로 빗방울을 토해내는 7월 첫째 날 입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며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습니다. 고척돔을 제외한 모든 야구경기가 취소된 덕분에 스카이돔 사진기자실은 초만원을 이루네요. 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예고된 KIA 임창용의 복귀전에 모든 시선과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KIA로 복귀한 임창용이 마운드에 오른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도박스캔들'로 야구판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삼성 임창용은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사회적인 공익과 윤리의식이 강한 모기업은 장고 끝에 방출을 결정 합니다. '창용불패'였던 그가 '칩드래곤'으로 전락하는 순간 입니다. 임창용은 이전에도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되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사회적 파문과 비난을 받는 선수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주는 구단은 없었습니다. 리그 절반인 72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선수를 받아 줄 경우 자칫 팀 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분위기도 한 몫 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임창용도 이 순간은 긴장감이 엿보인다. |
은퇴를 고려해야 할 나이에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임창용은 그라운드를 떠나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고향팀에서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야구 발전에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임창용의 참회와 속죄에 고향팀 KIA는 그를 받아 들입니다. 마무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KIA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 누구보다 검증된 임창용이기에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재기의 기회'를 준 겁니다. KIA는 최근 악몽같은 9회를 여러차례 겪으며 극심한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 첫 구를 던지기 전 로진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
KIA로 복귀한 임창용이 넥센 김민성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임창용의 복귀전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 보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며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프로야구 전경기가 취소 됐습니다. 모든 야구팬들과 언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카이돔으로 향했는데요. 임창용이 등판할 수 도 있다는 기대와 관심으로 인해 스카이돔 열기가 후끈 달아 오릅니다.
KIA 더그아웃의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임창용의 복귀전을 지켜보고 있다. |
KIA로 복귀한 임창용이 여전히 날카로운 뱀직구를 구사하고 있다. |
KIA 마운드는 초반부터 '천적' 넥센의 방망이에 무너지며 원정팬 응원석을 허탈하게 합니다. 이즈음 임창용이 그라운드에 등장 합니다. 사진기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마음도 급해지는 순간 입니다. 예상보다 빠르고 짧은 등판이군요. 0-8로 리드를 당하던 4회말 2사서 마운드에 올라온 임창용은 감회가 새로운듯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보이네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도 오늘 만큼은 좀 긴장된 모양입니다. 마운드에 선 임창용 만큼이나 긴장한 이가 또 한명 있네요. 더그아웃의 김기태 감독 입니다.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마운드를 주시하는 김 감독의 모습에 더그아웃 분위기도 자못 비장합니다.
KIA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임창용의 복귀전을 지켜보고 있다. |
KIA 김기태 감독이 긴장된 표정으로 임창용의 복귀전을 지켜보고 있다. |
임창용은 최근 넥센에서 방망이가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인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최고구속 149km로 묵직한 뱀직구의 위력은 여전했습니다. 아직 한 명만을 상대한 임창용의 몸상태를 단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고척돔에 몰렸던 KIA팬들은 팀이 승리한 것 처럼 환호하며 기뻐하는 군요.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좀 더 구체화 된 더그아웃 분위기도 일순간 환해 집니다.
김민성을 삼진아웃으로 돌려 세운 뒤 담담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임창용 . |
마운드서 내려오는 임창용의 담담한 표정에서 야구를 통해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픈 의지가 엿보입니다. 임창용의 복귀전을 지켜본 팬들은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앞으로 칩 대신 공 던지는 일에 전념하라"며 격려의 응원을 보냅니다. 누군가에 등 떠밀려서 사죄한것도 아니고 솜방망이 처럼 가벼운 처벌을 받은것도 아닌 이상 본인의 말대로 야구 인생의 종착점에서 팬들에게 용서를 받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랍니다. 아직은 쉽지 않겠지만 팬들 또한 그의 사죄가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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