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 김승연 회장과 모소 대나무
입력: 2016.04.04 06:00 / 수정: 2016.04.28 18:16

한화-LG 개막전을 지켜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는 김승연 회장.
한화-LG 개막전을 지켜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는 김승연 회장.

[더팩트 | 최용민 기자] 드디어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야구장 주변은 따스한 봄의 기운을 받아 한껏 웅크렸던 매화나 개나리, 목련들이 졸린 듯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움츠렸던 대지가 서서히 겨울 외투를 벗고 있으나 이와 반대로 야구장의 열기는 이미 한여름이네요. 첫날부터 뜨겁디 뜨겁습니다. 한화와 LG의 잠실 개막전 입니다. 야구팬들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승부가 연출이 됐습니다.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로 LG가 만우절날 거짓말 같은 뒤집기 쇼를 연출하며 팬들을 열광시키네요.

한화 선수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김승연 회장
한화 선수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김승연 회장

경기 전 사진기자실이 술렁거립니다. 한화 관계자들의 동선도 심상치 않네요. 누가 오길래 저러는 거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지켜보는 사이 한화 김승연 회장이 올 수 도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김승연 회장이야 유명한 야구광이고 이글스에 대한 애정이 무척 많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야구장서 직접 보기는 처음이기에 은근히 기대가 되더군요.

부창부수 열정적인 응원전 펼치는 서영민 여사
'부창부수' 열정적인 응원전 펼치는 서영민 여사

잠실구장을 찾은 김승연 회장은 조용히 야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부인 서영민 여사는 한화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지난 시즌 야구장을 찾아 물개박수를 치며 신나게 응원을 했던 삼성 홍라희 여사의 모습과 오버랩 됩니다. 간간이 미소를 보이는 김 회장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요.

서영민 여사의 물개박수 올 해는 우승하는거야!
서영민 여사의 물개박수 '올 해는 우승하는거야!'

김승연 회장의 야구사랑은 유명하죠. 1999년 한화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선수들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 장면은 지금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화끈하고 선 굵은 승부사적 기업경영 철학을 보여온 김 회장은 야구단에 대한 애정표현도 화끈합니다. 일본에서 활약중인 김태균을 데려오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킴과 동시에 최고대우로 선수 자존심도 지켜줬고 '살아있는 전설' 박찬호까지 영입해 팬들의 요구에 부응합니다. 최근 몇년간 꼴찌로 바닥을 헤매자 뿔난 한화팬들의 거센 요구에 구단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입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야구단은 팬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한화팬들 중에 김 회장을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싶네요.

경기를 지켜보며 김승연 회장과 대화 나누는 서영민 여사.
경기를 지켜보며 김승연 회장과 대화 나누는 서영민 여사.

문득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모소 대나무'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중국 극동지방서만 자라는 모소 대나무라는 희귀종이 있습니다. 그 지방 농부들은 씨를 뿌리고 수년간 정성들여 키웁니다만 대나무는 4년이 지나도록 3센티미터 정도 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텐데 작은 나무조차 되지 못하다니... 이쯤 되면 성장이 멈춰버린것은 아닌지 같이 키우던 타지방 사람들은 몹시 불안해합니다. 육안으로 보여진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볼품 없었기에 허송세월 했다고 느껴졌겠지요. 그러나 이 대나무는 5년차가 되면서 하루에 무려 30센티미터가 넘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6주 이상 자라게 되고 그 자리는 순식간에 25미터 이상의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합니다. 멈춰버린것 같았던 4년이라는 시간동안 모소 대나무는 땅 속에 깊이 종으로 횡으로 뿌리를 뻗치고 있었던 겁니다. 모소 대나무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4년이란 시간동안 꾸준히 뿌리를 내리며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닙니다.

한화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웃음을 보이는 김승연 회장.
한화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웃음을 보이는 김승연 회장.

하늘을 향해 조금도 성장 못하고 깜깜한 땅속으로만 뻗어가는 시기의 모소 대나무와 최근 몇년간 한화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되는군요. 죽어라 노력하고 오랜시간을 투자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고 주변의 비아냥에 맘고생이 참 많았을 듯 합니다. '인고의 시간'을 거치지 않은 성공은 설사 이뤄졌다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화에게 지나간 몇년은 성장을 멈춘게 아닌, 아주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자양분을 채우는 시간이 됐을겁니다. 씨를 뿌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모소 대나무에 정성을 다하는 농부의 마음이 야구단에 애정을 갖고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김승연 회장의 마음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한화가 올 해는 막강합니다. 두고 보세요 우승 합니다!
한화가 올 해는 막강합니다. 두고 보세요 우승 합니다!

한화는 최근 몇년간 과감한 투자를 펼쳐 로저스, 로사리오, 정우람, 이용규, 정근우등을 영입하며 KBO리그의 큰 손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김승연 회장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승에 대한 갈망과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유별난 야구사랑, 농부의 맘으로 기다릴거야!
한화 김승연 회장의 유별난 야구사랑, 농부의 맘으로 기다릴거야!

2016년 한화는 우승후보로 거론 될 만큼 전력이 크게 강화 됐습니다. 팀이 막강한 전력을 끌어 올리기까지 김승연 회장과 한화팬들은 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꿈에서도 기다려왔던 한화의 우승이 현실이 된다면 김 회장의 눈물을 다시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제 한화에게 모소 대나무의 '다섯 번째 해'가 임박 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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