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을 가지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천수. |
[더팩트| 최용민 기자]또 한 명의 2002월드컵 레전드가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축구인생사가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선수였습니다. 은퇴식을 가진 이천수, 그의 이름 뒤에는 주홍글씨 처럼 따라는 다니는 수식어들이 참 많습니다.
정든 그라운드를 돌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이천수.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인터넷상에서 펼쳐진 그와 관련된 수식어들은 '풍운아''게으른 천재''악마의 재능'등 팬들의 뇌리에는 좋은평보다는 악평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불쾌하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만큼 팬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은퇴식을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이천수. |
이천수가 은퇴식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이천수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2002년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보였던 소위 '말디니킥' 장면인데요. 워낙 강렬하고 저돌적인 선수라 상대가 누구든 주눅들지 않았었죠. 김태영, 김남일등이 이탈리아의 거친 플레이에 그라운드에서 줄줄이 쓰러졌을 때 격분해서 '이탈리의 전설' 말디니의 뒤통수를 걷어차는 모습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이천수는 "의도적으로 그랬다"며 양심고백(?)을 합니만 팬들은 그장면을 너무나 통쾌하게 생각했었죠.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천수. |
은퇴식 후 팬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이천수. |
부평고 시절 보여졌던 천부적인 실력은 대한민국을 흥분 시켰습니다. 고종수 이후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던 새로운 축구천재의 출현에 팬들은 열광합니다. 박지성도 "그렇게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처음 봤다"며 당시를 회상 했었습니다. 2002월드컵, 2006독일월드컵서 그는 팬들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합니다. 하지만 연예인과의 열애설, 상대팀 서포터즈를 향한 도발, 해외진출 실패와 부적응, 거침없는 입담과 돌출행동, 폭행사건과 잦은 구설수 등 수많은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이슈메이커가 되며 대한민국 축구계의 이단아로 낙인 찍히게 됩니다. 팬들은 그를 악마의 재능을 가진 '게으른 천재'로 불렀습니다. 자기절제와 헌신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던 동갑내기 박지성과 비슷한 시기에 뛰었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는 이천수. |
팬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전하며 인사하는 이천수. |
이천수의 은퇴식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이 저 뿐일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일 거스히딩크도 인정했던 그의 재능이 꽃을 피우며 축구인생이 순탄했다면 어땠을까요? 한국축구의 전설이 된 차범근이나 박지성급의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지 않았을까요.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으로 부터 공로패를 받는 이천수. |
제자 이천수에 많은 애정을 보였던 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 |
인생은 저지르는 사람의 몫은 있어도 기다리는 사람의 몫은 없다고 합니다. 저지른다는 것은 도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러울 뿐아니라 훨씬 유용하다."는 버나드쇼의 말마따나 실수를 통해 얻어진 인생의 경험과 성숙함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이천수의 제2의 인생에서는 제대로 일 한 번 저질러 보길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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