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 총리의 '어설픈 변명'
입력: 2015.04.16 09:59 / 수정: 2015.04.16 09:59
나 목숨까지 건 사람이야
'나 목숨까지 건 사람이야'

세상이 어수선하다. '성완종 게이트'가 TV와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다. 사안이 크고 중차대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시청률과 트래픽을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매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금품수수가 사실이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강경하게 받아친 이완구 총리의 모습 또한 애처롭긴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단어 선택의 이면에는 당사자의 절박하고 당혹스러움이 숨어 있으리라. 티끌만한 의혹들은 세포분열하듯이 시시각각 불거질것이고 시간이라는 놈은 실체적인 정황들을 우리 앞에 조금씩 토해놓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공격을 받게 되면 내면에 '방어기제'가 발동한다고 한다. 그 방어기제는 거짓말과 변명이 수반 된다. 사실이 아닌것을 사실인것 처럼 꾸며내는 것이 전자라면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구실을 대며 까닭을 밝히는 것은 후자라 할 수 있다. 변명은 나쁜것만은 아니다. 욕을 먹더라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기회다. 솔직한것이 전제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거짓으로 꾸며 포장한다면 그 기회마저 저버리게 된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야당의원들의 모멸감 가까운 면박에도 이 총리는 "본인과는 상관없는 사안"이라는 말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이총리의 주장과는 반대의 정황들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는 마당에 무슨 자신감에서 저러는 걸까? 라는 의구심을 던져본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그것을 인정 못하고 주변사람들이 불편할 정도로 강하게 변명을 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잘못을 시인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건 인간이지만 침묵하는 법은 신들이 가르친다" 고 했다. 말을 하지 않아 이득이 된 경우는 많아도 말을 하여 이득이 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말에 다름 아닐게다.

진실을 찾기 위한 퍼즐은 줄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그 퍼즐안에 이 총리가 주장하는 결백한 면도 들어 있을터, 목숨을 걸 정도로 결백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는지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거짓된 변명이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일 틈 없이 소비되는게 요즘 시대의 감정이라지만 높은 자리 계신분들에 대한 배신감은 두고두고 갈 것이다. 닭 잡아 먹고 오리발을 내밀수 없는 세상이다. 어설픈 변명은 또다른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더팩트|최용민 기자 leebean@tf.co.kr] [사진=임영무 기자 darkro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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