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초이스톡] '풍운아' 박주영의 마이웨이
입력: 2015.04.06 10:57 / 수정: 2017.08.01 14:16

그래 다시 시작하는거야 나만의 길을 위해서
'그래 다시 시작하는거야 나만의 길을 위해서'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다 볼 것 없네
정말 높이 올랐다 느꼈었는데 내려다 볼 곳 없네
처음에는 나에게도 두려움 없었지만
어느새 겁 많은 놈으로 변해 있었어
누구나 한 번 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할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거야

-가수 윤태규의 '마이웨이'중에서

“난 원래 명예가 없다. 내가 즐거워야 팬도 즐거울 것이다.”
7년만에 K리그 복귀전을 앞둔 FC서울의 박주영이 담담하게 털어놓은 심경입니다. 원래 말수도 적고 대중앞에서 소극적이었던 그였지만 박주영을 아끼는 팬들은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기에 먹먹한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2008년 AS모나코를 시작으로 참으로 멀고도 험한, 가혹하고도 거친 여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치 눈보라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기세등등하게 집을 나섰다가 나침반을 잃고 여기저기 헤매다 겨우 다시 집으로 돌아온 모양새 입니다. 너덜너덜 찢겨진 자존심을 안고 돌아온 박주영, 좌절을 눈앞에 두고 '포기'와 '명예회복'의 갈림길에 선 그의 심적 고통과 윤태규가 부른 '마이웨이'의 노랫말 속에 담긴 아픔과 처연함이 절묘하게 교차되는것 같습니다.

실패와 좌절은 삶의 일부일 뿐.... 난 멈추지 않아
'실패와 좌절은 삶의 일부일 뿐.... 난 멈추지 않아'

심리학에서 출발해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자리잡은 '손실회피성향'이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을 손에 쥘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0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처가 몇배는 더 크다고 하죠. 박주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AS모나코 시절 성공적인 유럽진출의 달콤함을 느끼다 아스널 이후 맛본 실패는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박주영이 느꼈을 박탈감 속에는 까맣고 타버린 가슴앓이의 환부처럼 마음의 상처 또한 고스란히 남아 있겠죠.

축구팬들과 박주영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어찌보면 전쟁터에서 이겨 살아남은 자에게는 차지할 '우수리'가 있고 지고 죽은 자에게는 덮어써야 할 '덤터기'가 있는것 처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팬심과 질타와 조롱에 대한 박주영의 서운함이 끈적이게 뒤섞여 있죠.

7년 만의 복귀 박주영의 간절한 기도...아시죠 하나님 저 실패하면 안되요.
'7년 만의 복귀' 박주영의 간절한 기도...아시죠 하나님 저 실패하면 안되요.

여기서 잠깐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신으로 첼시와 AC밀란에서 죽쓰며 욕이란 욕은 다먹고 올해 다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간 페르난도 토레스가 있죠. 박주영 처럼 스페인에서 독보적인 스트라이커였지만 첼시로 넘어간 뒤 완벽하게 몰락합니다. 그러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은 페르난도 토레스의 복귀를 엄청나게 환영했습니다. 팬들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런 과거를 떨쳐버리고 다시한번 오뚝이 처럼 일어서는 토레스를 보고 싶어 합니다. 예전 전성기 시절의 기량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팬들은 인내를 가지고 그를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K리그 얼마만이야...경기전 감회에 젖은 박주영
K리그 얼마만이야...경기전 감회에 젖은 박주영

주영 복귀전 선물 짜릿하지 경기종료 직전 터진 에벨톤의 극적인 결승골에 환호하는 박주영
"주영 복귀전 선물 짜릿하지" 경기종료 직전 터진 에벨톤의 극적인 결승골에 환호하는 박주영

참고서 문제지 뒷장에 해답지가 붙어 있듯이 내면에서 일어난 문제는 내안에 해답이 있습니다. 박주영 본인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박주영 자신은 고통스러웠겠지만 본디 한번 홍수를 겪은 땅이 비옥해지는법, 도리어 콩만 심던 밭에 팥을 심어볼 기회이기도 하니 굳이 안타까운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주영은 긴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축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이 토레스를 기다려주듯이 우리 팬들도 인내심를 가지고 박주영의 부활을 기다려줬으면 합니다.

박주영 선수, 힘들때면 가끔 하늘을 바라보고 윤태규의 '마이웨이'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더팩트|서울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leebea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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