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현지르포] 한국여성 원정성매매로 술렁이는 호주교민들

▲한국에서 온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시드니 서리힐즈의 한 골목. 10여분 지켜보는 동안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이 서너명씩 무리지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시드니 서리힐즈의 한 골목. 10여분 지켜보는 동안 한국인
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이 서너명씩 무리지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여성들의 원정 성매매로 호주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한국의 언론을 통해 한국에서 호주로 건너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1000명이 넘고. 급기야 한국외교부에서 실태파악을 위해 담당자를 호주로 급파했다는 사실이 호주에도 전해지면서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호주에 와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는 것이 이곳 호주 교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성매매 여성의 숫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한국정부가 대책 마련을 위해 외교부 직원을 파견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 매춘 현지 언론도 다뤄. 교민들 “큰 망신”

시드니 중심인 중앙역에서 가까운 차이나타운 근처 석세스스트리트에 위치한 한인타운에서 교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교민들 사이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곳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51·여)씨는 “하루 이틀 전 이야기가 아니다. 교민들 중에 남자가 거기에 빠져 가정이 결단난 집안도 여럿”이라며 “한국에서 성매매를 금지하니까 그 여자들이 호주로 건너와서 이 모양이 됐다”라고 분개했다.

10년 전 호주로 이민와서 시드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모(54·남) 씨에게서는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호주에서는 매춘이 합법이다. 그래서 매춘여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매춘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와서 매춘을 하고 있거나 인신매매에 연관돼있다. 특히 인신매매와 관련이 되면 호주에서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다. 실제로 그런 기사가 호주언론에 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30세 이하의 젊은이에게 1년간 방문국에 머무르면서 여행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일부 젊은 여성들이 이를 악용해 성매매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학생 중 극히 일부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다가 쉽게 돈을 벌 생각에 술집을 거쳐 매춘여성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아예 매춘을 목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로 입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주의 경우 매춘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인데다가. 한국여성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불법 매춘을 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거의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국에서 온 매춘여성들이 급증하면서 얼마전 호주 신문에서는 ‘한국여자들이 몸을 파는데만 열중한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정말 이런 망신이 또 있겠나”라며 혀를 끌끌 찼다.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숙소로 쓰며 모여살고 있다는 아파트 전경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숙소로 쓰며 모여살고 있다는
아파트 전경

◇안마업소로 위장해 성매매

이씨는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꺼려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온 여성들의 매춘업에 이곳 교민들이 적지 않게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2년여 전에 시드니의 교민신문에 ‘교민 6명이 한국에서 젊은여성들을 데려와 불법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이 신문사가 오히려 당사자들한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시끄러워진 적이 있었다는 것이 이씨의 귀띔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한국여성들의 매춘 문제가 이외로 공공연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실제 시드니 한인타운에서 만난 이들 중 상당수가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매춘이 합법인 호주에서는 킹스크로스라는 거리가 대표적인 매춘가다. 이곳은 주로 백인여성들이 매춘업에 종사한다. 반면 한국에서 온 매춘여성들은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고 시드니 중앙역에서 가까운 서리힐즈의 골목 주택가를 중심으로 퍼져있다. 이들은 세금을 내는 합법적인 호주 매춘여성과 달리 주로 한국의 불법 안마시술소처럼 알몸마사지를 통해 불법 매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한인타운의 한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의 말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호주로 건너와 2년째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는 28세의 이 청년은 “요 앞 아파트들이 매춘여성들이 단체로 머무는 곳이다. 저녁 6시에서 10시만 되면 이 여성들을 실어나르는 승용차가 줄을 서 있어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다. 이 차들은 새벽 2~3시 쯤 여성들을 데리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실려있는 교민잡지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실려있는 교민잡지

◇교민잡지에 성매매업소 광고

이 청년의 말에 따르면 심지어 호주의 한 교민잡지에는 공공연하게 이들 마사지업소의 매춘광고와 구인광고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시간당 얼마라는 내용까지 실려 낯 뜨거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것. 실제 그가 보여준 잡지에는 그런 업소를 소개하는 광고가 무려 30개가 넘었다. 그는 “그런 것 때문에 일부 젊은 호주 남자들 사이에서 ‘한국여성은 쉬운 여자들이다’라고 말까지 돈다. 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온 여자는 절대 사귀지 마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와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멀쩡한 여성들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교민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성매매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강제적인 경우가 별로 없고. 너무 쉽게 돈을 벌기 때문에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하면서 “나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교민 사회를 위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단속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특히 오래전 호주로 건너와 어렵게 정착한 이민1세대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 이민 30년이 넘었다는 김홍민(65·가명)씨는 “올해가 한국과 호주의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인데 좋지 않은 일이 알려지면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오래 전에 이 나라로 건너온 이민1세대들이 고생고생해서 정착에 성공하며 살고 있는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호주 언론에도 오르내리고 있으니 고개 들고 다니기 창피하다”며 “호주정부와 한국정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서 제발 잘 해결하길 바랄 뿐”이라며 근심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드니(호주) | 글·사진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2011.12.01 14:35 입력 : 2011.12.01 14:3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