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서비스? 이젠 옛말” 요정집 ‘부활의 계절’

▲SBS 드라마 ‘신기생뎐’ 출연자들 모습. 사진 출처는 SBS 홈페이지.
▲SBS 드라마 ‘신기생뎐’ 출연자들 모습. 사진 출처는 SBS 홈페이지.

[손현석 기자] ‘고급 술집’ 요정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요정은 가라오케나 룸살롱로 대변되는 ‘술집 유행 트렌드’에서 밀려나 뒷방 신세로 전락해버린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올해 중반에 방영돼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낳았던 SBS 드라마 ‘신기생뎐’을 통해 새롭게 조명 받은 게 부활의 시발점이 됐다. ‘신기생뎐’은 현대판 고급 요정 부용각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평균시청률 17.3%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기존엔 상상조차 못했던 드라마 세트로까지 전면에 등장하면서 요정을 비즈니스 접대 등의 목적으로 다시 찾는 문의가 늘었다. 그간 명맥만 유지해온 요정 업소들은 새로운 서비스로 재무장하고 본격적인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유흥업계 일각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요정 정치’ 대명사? 화려한 과거는 가고…

원래 요정은 1970~80년대 권력가들의 휴식터이자 정치 협상의 공간이었다. ‘요정 정치’란 유행어도 이 시절에 파생된 용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기생 관광’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게 쇄락의 시작점이었다. 또한 ‘고리타분하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라는 등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원인이었다.

특히 2004년에 발효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결정타였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과 같은 유흥주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지만 요정 역시 집중 단속의 표적이 됐다. 성인 커뮤니티 사이트 ‘남수클럽’의 정해인 실장은 “성매매법 시행 이후로 유흥업계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며 “요정이 유명인사의 출입이 잦은 고급술집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어 경찰 감시가 더 심해졌다. 이렇게 단속이 강화되니 찾는 손님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요정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손꼽히는 국악공연의 한 장면.
▲요정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손꼽히는 국악공연의 한 장면.

‘오진암’ 철거 후폭풍…“단골 손님으로 유지”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에 요정의 쇄락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 최초의 근대 요정인 서울 종로구 익선동 ‘오진암’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진암’은 서울시 등록 음식점 1호 업소이자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요정 정치’의 대명사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제 그 ‘생명’이 다해 단지 터를 옮겨 문화시설로 복원되는 정도의 역사적 장소로만 남게 됐다.

현재 서울에서 제대로 간판을 내건 요정은 5곳 정도. 손꼽자면 강북에 2군데(대원, 회림)와 강남에 3군데(태평, 풍림, 다보)다. 이들 업체 역시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 ‘태평’의 한 관계자는 “적자폭이 심해 한때 문을 닫은 적도 있다”며 “드라마 ‘신기생뎐’ 여파로 관심을 갖는 이들도 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골 손님이 아니었으면…”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코스별 서비스·이색 공연 등 손님 끌기 나서

최근 요정집들 사이에선 살아남기 위한 변신이 가장 큰 화두다. 그 선두에는 강남 서초동에 자리잡은 풍림이 있다. 이 업소 관계자는 “한마디로 비즈니스 요정으로 탈바꿈 중이다. 손님들의 연령층이 젊어지고, 보다 보편화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존처럼 가격을 고정적으로 받지 않고 코스(A, B, C)별로 차별화했다. A코스는 기존의 원스톱(One-stop) 방식, B코스는 제공되는 요리의 양을 줄이고 가격을 다운한 방식, C코스는 요리의 양은 물론 시간 제한까지 둔 방식”이라고 말했다.

보통 요정은 ‘풀서비스’로 통한다. 만찬 같은 (저녁)식사와 주류, 국악공연, 도우미 등을 다 서비스를 받는 조건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림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업계 처음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뿐 아니다. 강남에 있는 동종 업소 태평도 국악과 같은 고정적인 공연 레퍼터리에서 벗어나 밸리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손님 끌기에 나선 상황이다.

앞으로 ‘요정별곡’은 시리즈 기획물로 진행합니다. 이어 요정의 서비스 실태와 각종 에피소드, 현직 요정집의 대표 인터뷰 등이 기사로 나갈 예정입니다.

spinoff@tf.co.kr

2011.12.01 14:36 입력 : 2011.12.01 14:3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