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에로 열풍’...진정한 ‘작품’ 가려볼까?

▲영화 간기남’, ‘은교’ 포스터, 아래 이미지는 에로영화 대상 캡처.
▲영화 간기남’, ‘은교’ 포스터, 아래 이미지는 에로영화 대상 캡처.

[손현석 기자] 2012년 봄, 에로영화가 부활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최근 예고된 극장가 개봉작들을 보면 이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간기남’, ‘은교’, ‘개인교수2012’, ‘돈의 맛’ ‘후궁: 제왕의 첩’ 등이 눈길을 끈다. 각기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19세 이상 관람가’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과히 ‘에로의 컴백’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흥행 여부는 미지수지만 해당 작품들은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특히 4월 개봉을 앞둔 ‘은교’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70대 노인과 17세 소녀의 파격적인 치정극으로 알려지며 네티즌들 사이에선 문제작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충무로 에로 열풍에 발맞춰 성인영화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몇몇 업체들이 힘을 모아 ‘원조의 귀환’을 기치로 내걸고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에 한창이다. ‘제1회 대한민국 에로영화 대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달 중순부터 대회 사이트(www.avaward.com)에 10편의 출품작이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된 뒤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수상작을 가린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는 AV시상식이 해마다 거창하게 열린다. 그러나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되는 행사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시상식은 오는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대상·금상·은상작과 남녀 배우 인기상을 선정해 발표한다.

에로영화는 1980년대 극장가 흥행의 아이콘이었다. ‘변강쇠’, ‘뽕’, ‘산딸기’, ‘무릎과 무릎사이’, ‘애마부인’ 등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들이 줄지어 나왔다. 정치적 억압에 대한 해방구라는 정권의 의식 강요, 이른바 3S 정책의 산물이었다. 3S 정책이란 스크린, 섹스, 스포츠를 일컫는 말로 전두환의 우민화 정책을 비꼰 용어다.

90년대 들어서도 진도희, 유리, 하소연, 은빛, 이규영 등 ‘에로 스타’들의 잇따른 주가 상승으로 업계가 떠들썩했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 AV물의 범람, 비디오 대여시장 몰락, 청소년 유해 콘텐츠 규제 등 악재가 겹치며 에로영화계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엔 에로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

이런 현실에서 ‘대한민국 에로영화 대상’이 새 활로를 여는 기폭제가 될까. 대회 한 관계자는 “양질의 성인영화 콘텐츠 생산과 저질 콘텐츠 양산 및 유통 제어, 건전하고 올바른 성문화 정착이 목적”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에로영화 부흥의 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012.04.03 12:37 입력 : 2012.04.03 12:37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