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신태용호 삼각편대의 '업그레이드 뻥축구'
입력: 2017.05.24 00:04 / 수정: 2017.05.24 00:04
한국, 아르헨티나 꺾고 16강 진출 확정! 신태용호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승우(10번)가 선제골을 터뜨린 뒤 신태용 감독(오른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한국, 아르헨티나 꺾고 16강 진출 확정! 신태용호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승우(10번)가 선제골을 터뜨린 뒤 신태용 감독(오른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한국, 아르헨티나 벽 넘었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0-3으로 진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특유의 '롱 볼'에 당한 아르헨티나. 2차전에서 한국을 반드시 꺾어야 16강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아르헨티나. 이런 점을 고려해 신태용 감독은 예상 대로 '뻥축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신태용호의 '뻥축구'는 공격 삼각편대의 활약 속에 승리의 결말을 맺었다.

한국이 2017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기니를 3-0으로 꺾은 데 이어 아르헨티나마저 2-1로 제압했다. 이전 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경우의 수를 고민하지 않고 토너먼트에 오른 기억을 찾기 어렵다. 깔끔하고 시원하게 2경기를 치러 모두 이기며 16강 고지를 밟은 신태용호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롱 볼'의 판을 기본으로 짰다. 흔히 말하는 멋없는 '뻥축구'로 아르헨티나전 기본 콘셉트를 구성했다. 아르헨티나가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대비해 스리백에 미드필더를 4명을 둬 중원 숫자 및 공간 싸움을 빡빡하게 펼쳤고, 전체적으로 전형을 올린 아르헨티나의 수비 뒤 공간을 파고 들기 위해 후방에서 긴 롱 볼을 많이 시도했다.

한국-아르헨티나, 해답은 뻥축구였다! 신태용호가 효과적인 롱 볼로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디딤돌을 쌓았다. 선제골을 터뜨린 뒤 뒤풀이 하는 이승우(10번). /전주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한국-아르헨티나, 해답은 뻥축구였다! 신태용호가 효과적인 '롱 볼'로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디딤돌을 쌓았다. 선제골을 터뜨린 뒤 뒤풀이 하는 이승우(10번). /전주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결과적으로 '뻥축구'는 효과 만점이었다. 우선, 아르헨티나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롱 볼 패스가 분위기 반전에 주효했다. 발 빠른 이승우와 조영욱이 수비 뒤 공간을 계속 파고들면서 아르헨티나가 완전히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흐름을 바꿨다. 그리고 전반 18분 이승우가 환상적인 개인기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전반 36분에는 조영욱이 아르헨티나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어 후방 롱 볼 패스를 받다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킥을 백승호가 마무리하면서 한국이 2-0으로 앞섰다.

전반전만 놓고 봤을 때, 신태용호의 뻥축구는 '신의 한 수'였다. 백승호-조영욱-이승우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롱 볼 패스'에 대비한 민첩한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잘 괴롭혔고,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날아올랐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업그레이드 뻥축구'가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은 '롱 볼'이 위력을 더하지 못했다. 이유는 체력 저하다. 백승호가 후반전 초반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미드필더들 역시 힘이 빠져 전반전만큼 전방 압박을 강하게 하지 못했다. 팀 체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면서 선수들의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기에 고전했다.

방전 분위기 속에서 신태용 감독은 적절한 교체 카드 활용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후반 5분 만에 만회골을 내주며 불안했으나, 수비에 더 치중하면서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투혼을 발휘해 상대 공격을 끝까지 잘 막아낸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체력 저하가 생각보다 더 이르게 찾아왔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한국, 아르헨티나 넘어 토너먼트 진출! 한국이 아르헨티나까지 격침하며 2연승으로 16강행을 결정지었다.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배정한 기자
한국, 아르헨티나 넘어 토너먼트 진출! 한국이 아르헨티나까지 격침하며 2연승으로 16강행을 결정지었다.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배정한 기자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신태용호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잘 변한다는 점이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은 기본 전형부터 달랐고, 상대의 장단점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고려해 우리의 전술이 시의적절하게 잘 변했다. 대회 전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멀티 플레이어'를 강조했던 신태용 감독의 축구 철학과 색깔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한국의 16강 조기 확정에 큰 힘이 됐다.

아프리카의 기니는 공격의 다양함과 정확도의 우위로 완파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업그레이드 뻥축구'로 제압했다.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3차전을 비롯해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신태용호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꼬리말) 유럽에서 흔히 '롱 볼'이라고 표현하는 스타일이 국내에서는 '뻥축구'로 불리고 있다. 표현이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단순하고 멋없는 듯한 '뻥축구'가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 있다. 빈 공간을 파고들 줄 알고 제공권까지 갖춘 공격 옵션이 있으며 후방에서 날리는 롱 볼 패스가 정확해야 하다면, '롱 볼'은 알고도 못 막는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세밀한 기술과 공간 활용능력, 선수들의 호흡까지 일치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게 바로 '롱 볼'이다. 신태용호의 어린 선수들이 '멋진 뻥축구'로 아르헨티나를 잡았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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