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락의 '뒷담화'] '위기의' 삼성전자, 급하면 다시 길을 잃는다
입력: 2016.10.13 13:47 / 수정: 2016.10.13 13:47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 판매 및 생산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출시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 판매 및 생산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출시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서재근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역작'이라고 평가받은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다. 현재 이 제품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실패작'으로 불린다. 도대체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회사는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리콜 이후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해 제품을 다시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발화 문제를 일으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삼성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 공식화되자 그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8% 넘게 떨어졌다.

리콜부터 단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갤럭시노트7' 사태를 돌이켜보면 '서두르다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 상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갤럭시노트7' 사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제품을 먼저 출시해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능 점검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제품을 만드는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해마다 10월쯤 출시돼 애플의 하반기 신제품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8월 19일 출시했다. '갤럭시S7'으로 재미를 본 시장 선점 효과 때문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상관없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협력사들의 기초 체력과 스피드를 동반해서 키우지 않고 너무 독주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조8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정정한다고 12일 공시했다. /더팩트DB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조8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정정한다고 12일 공시했다. /더팩트DB

애플을 의식해 조급했던 것이 '갤럭시노트7'을 졸작으로 만든 원인이라고 본다. 문제는 배터리 발화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조급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배터리 발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새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달 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은 배터리 셀 자체 이슈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지만,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지금은 발화 원인이 배터리 외부에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둘러 발화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단언한 탓에 새 '갤럭시노트7'도 문제를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배터리만 바꾸면 안전하다. '갤럭시노트7'을 계속 사랑해달라"는 말로 고객들을 헛갈리게 했다. 어떻게든 빠르게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삼성전자 측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빠른 해결보단 '안전'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단종'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갤럭시노트7'으로 두 차례나 넘어진 삼성전자는 큰 상처를 입었다. 앞서 증권가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리콜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최소 2조 3000억 원에서 최대 3조 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12일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당초 7조 80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으로 정정 발표했다. 정정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63%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이동통신사를 통해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을 시작한다. /이새롬 기자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이동통신사를 통해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을 시작한다. /이새롬 기자

'품질 불량'이라는 불명예를 또 한 번 모르는 척 넘어간다면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위상은 한낱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는 것도 과제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해서 서두르란 이야기는 아니다. 급하게 산을 오르다 보면 쓰러지거나 길을 잃게 된다.

삼성전자는 '전량 리콜'을 발표했을 당시를 기억해야 한다. 배터리 발화 논란에도 '전량 리콜' 결정에 "역시 삼성", "1등 기업의 대처", "통 큰 결정"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타 기업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때 '애플을 이겨야 한다'는 조급증을 벗어버리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회생의 꿈'은 이뤄졌을지 모른다.

남은 방법은 상처가 아물면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회사 내부를 추스르면서 품질 개선은 물론 '고객 중심', '사람 중심'의 가치관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또 '갤럭시노트7' 사태와 관련해 후속처리를 깔끔하게 진행하는 등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후속처리 과정에서도 '발 빠른 수습'만 강조하다 재차 넘어질 경우, 그때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