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시쳇말로 일상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중 빅매치는 단연 스마트폰 신제품 간 대결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세계를 대표하는 두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올 하반기 또 한 번 싸움터로 나선다.
"패블릿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사용성을 제공할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남긴 포부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미국 뉴욕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공개했다. 회사는 상반기 흥행했던 '갤럭시S7'에 이어 '갤럭시노트7'을 출시, 원투펀치를 앞세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내 챔피언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에서 가장 먼저 링 위에 올랐다. 제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 선택을 가장 먼저 받아보겠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신제품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보다 한 달 앞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8월 말에서 9월 초에 '노트' 시리즈를 공개해왔다.

'갤럭시노트7'에서 핵심 기능으로 통하는 건 '홍채인식'이다. 이는 적외선 조명과 전용 카메라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으로, 같은 홍채를 가질 확률이 10억분의 1에 불과해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생체인증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 기능을 '갤럭시노트7'에 집어넣기 위해 3년 반을 연구했다고 한다.
반응은 뜨겁다. '주인을 알아보는 스마트폰'이란 개성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홍채인식이 다소 느려 '기술과시형 기능'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 번만 등록하면 단 1초 만에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우 편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송금과 결제를 위한 본인인증이 더욱 간편하고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채인식을 빼더라도 전체적인 평가가 좋다. '갤럭시노트7'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더니, 해외 언론으로부터는 "'아이폰'에서 찾을 수 없는 환상적인 기능들이 담겼다(IT 전문매체 BGR)"는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앞두고 성공적인 몸풀기를 마친 모양새다.

자못 애플의 현재 심정을 알고 싶은 순간이다. 삼성전자가 자신의 텃밭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상대의 모습에 박수를 치고 있거나, 예상보다 강한 상대의 모습에 주눅 들어 있는 것이다.
이는 애플 관계자 자신들만 알고 있을 내용이다. 아무튼 애플(24.5%)은 최근 북미 지역 점유율 1위 자리를 삼성전자(32.7%)에 뺏겨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2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도 마음에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시장에 공개된 '갤럭시노트7'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이제 애플이 링 위에 오를 차례다. 얼마나 강력한 펀치를 보여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아이폰7' 역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란다. 만약 '아이폰7'이 '갤럭시노트7'과 차별화된 기능을 보여준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백중세를 보일수록 두 회사가 제품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고, 소비자는 기본에 충실한 혁신 제품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움의 승자는 소비자 손에 달려있다. 그들은 싸움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냉정해진다. '누가 더 잘했네', '누가 더 못했네' 등의 판단 아래 두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싸움에서도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갤럭시 편'과 '아이폰 편'으로 갈라질 전망이다.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는 일은 오롯이 제품을 만든 삼성전자와 애플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