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광복절 특사와 "살고 싶다"는 이재현 회장

  • 명재곤 기자
  • 입력: 2016.07.22 08:04 / 수정: 2016.07.22 08:04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이 단행될 게 확실시되는 가운데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지난 19일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해 관심을 모았다.  극도로 피폐해진 심신 사정 때문에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취하했다는 게 CJ측 설명이나 일각에서는 특사를 의식한 마지막 선택으로 이해들 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7월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출두한  이 회장 모습. 당시만해도 이 회장은 외견상 건강해 보였다. / 더팩트DB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이 단행될 게 확실시되는 가운데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지난 19일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해 관심을 모았다. 극도로 피폐해진 심신 사정 때문에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취하했다는 게 CJ측 설명이나 일각에서는 특사를 의식한 '마지막 선택'으로 이해들 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7월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출두한 이 회장 모습. 당시만해도 이 회장은 외견상 건강해 보였다. / 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지난 2013년 7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횡령 혐의등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 중앙지법에 나타났다. 당시 이재현 회장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 외견상 일상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의 그 것이었다. 승용차에서 자연스럽게 내린 그는 취재 포토라인 앞에서 회색 정장 상의의 단추를 잠그면서 다소 엷은 미소를 띄면서 질문에 답했다.

첫 공판이 열린 그해 12월, 이 회장의 출석 모습은 5개월 전과는 사뭇 달랐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고 지팡이를 짚은 채 수행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법원에 들어섰다. 이때만 해도 이 회장의 내밀한 건강상태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위에서는 지팡이에 의탁한 이 회장을 보면서 “신장이식 수술뒤라 몸이 조금 불편 하구나”정도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2015년 11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 환송심 공판에 등장한 이 회장 행색은 아주 딴 판이었다. 구급차량에 실려 법원에 들어와 이동병상에서 어렵게 휠체어로 옮겨서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카메라에 잡힌 이 회장의 초췌한 얼굴과 살짝 말라 비틀어 진 듯한 손목,발목등은 완연한 중증 환자의 병색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 투스(CMT)'유전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결코 밖에 알리지 않고 싶은 개인의 병세가 퍼졌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근위축증인 CMT는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희귀병이다.

CMT는 신경 근육계의 유전 질환으로 주로 팔과 다리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고 힘이 빠져 정상 보행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게 의료계 소견이다. 최악의 경우 근육의 퇴행등 신체기형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CJ측은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댔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CJ와 이재현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에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상고를 포기해야 형이 확정되고 특사 검토의 대상에 포함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응급차량에 실려 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유전질환인 근위축증과 신장이상등으로 이 회장은 최근 살고싶다고 주위에 토로할 정도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 이새롬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응급차량에 실려 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유전질환인 근위축증과 신장이상등으로 이 회장은 최근 '살고싶다'고 주위에 토로할 정도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 이새롬 기자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상고 했지만 결국 극도로 피폐해진 심신탓에 재상고를 포기하는, 어찌보면 ‘생의 마지막 선택’을 한 셈이다. ‘ 살고 싶다’라는 본능적 욕구앞에 국내 굴지 기업 총수도 무릎을 꿇었다는 게 일반적 여론 향배다.

CJ측은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과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사실 재상고를 취하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 첨부한 이 회장 병세 사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사진 속 이 회장의 손은 엄지와 검지 사이 근육이 대부분 빠져있고 손가락 첫 마디 부분은 90도 가까이 굽어 있다. 발도 발등 근육이 위축돼 솟아 올랐고 발가락도 심하게 꺾여 보행자체가 불가능하게 보였다. 앙상한 종아리는 CMT 위험성을 한 눈에 드러냈다.

CJ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단추 잠그기와 같은 정교한 손동작이 안된 지 이미 오래됐다. 걷기, 글 쓰기, 젓가락질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타계했을 때 도, 지난 4월 아들 선호 씨 결혼 때에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중환자였다.

한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과 직결되고 나아가 그룹 경영측면에서도 제1 비밀이라 할수 있는 회장의 건강상황을 스스로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매우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읽게 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20일 아버지 고 이맹희 CJ명예회장의 영결식도 지켜보지 못할만큼 지병이 악화됐다. 사진은 당일 오전 이맹희 회장 영정이 영결식이 진행되는 서울 종로구 CJ인재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20일 아버지 고 이맹희 CJ명예회장의 영결식도 지켜보지 못할만큼 지병이 악화됐다. 사진은 당일 오전 이맹희 회장 영정이 영결식이 진행되는 서울 종로구 CJ인재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물론 개인의 내밀한 비밀, 치부라고 할수 있는 병세를 특사를 앞두고 전격 공개하는 이 회장측의 극단적인 선택에 논란의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특사를 의식한 ‘계산된 행위’로 폄훼하기도 한다. 반면에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적 호소라고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는 게 경제 살리기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제인의 측면보다는 한 인간의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 인도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동정론도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든다.

이 회장은 가족들에게 종종 '내가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살고 싶다'고 죽음의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광복절 특사 대상자 선별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금, 이 회장의 특사 포함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거운 상황에서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라고 원칙적 의지를 밝혔다.

국민 대통합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정치권도 광복절 특사에 대해 큰 이견은 없다. 특사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하에 실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 원칙과 기준속에 인도주의적 요소가 담겨있기를 바란다면 세상이, 아니 필자가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져드는 것일까.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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