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건설사, 공사 전 주민공청회, 사전현황 조사 제대로 안 해
주민들 “일정 협의 없이 발파, 일상이 지옥 됐다”
순천 지역 A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발파 공사로 인해 인접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A건설사는 발파공사와 더불어 사전현황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사태의 심각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A건설사의 발파공사로 인해 아파트 욕실 창문이 부서지고 벽이 갈라진 모습./ 제보자 |
[더팩트 l 순천=나윤상 기자] "베란다 벽이 갈라지고 아이들이 놀라 울고 있는데 미칠 지경입니다."
전남 순천 지역 A건설사가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인근 주민들과 협의를 무시하고 발파를 진행하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공 전 사전현황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 A건설사는 순천시 덕암동 45번길 일원에 아파트 8개동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장 바로 건너편 5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757세대 규모의 B아파트가 인접하고 있다.
공사장과 바로 인접한 곳이라 암석지반 평탄화 작업을 위해 발파를 해야 하는 공사현장에서는 B아파트 주민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같은 달 열린 주민협조를 위한 공청회에서 A건설사는 자사 홍보만 했을 뿐 앞으로 진행될 발파와 지반 평탄화 작업 등 공사에 대한 일정 및 설명은 일체 없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B아파트 주민은 "공사현장이 아파트 바로 앞이라 주민들의 관심이 많아 참석했는데 30분 정도 A건설 시공내역과 아파트 홍보만 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이 공사일정과 관련된 부분을 말하라고 항의해도 여전히 홍보만 해서 모두 공청회장을 빠져 나왔다"고 언급했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공청회가 무산됐지만 A건설사는 발파 공사를 개시했다. 주민들은 발파 일정도 모르고 있다가 폭음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 일요일을 제외한 토요일, 공휴일에도 발파공사가 진행되어 모처럼 가족 간의 시간이 폭음으로 인해 악몽으로 변했다.
A건설사의 공사 위치로부터 50m 떨어진 거리에 피해주민 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순천 = 나윤상 기자 |
이뿐만이 아니다. 지반 공사 전 인근 아파트 점검을 위한 사전현황 조사를 A건설사는 지침을 따르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사전현황 조사는 공사 발파와 진동 등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공사 전 미리 해당 아파트에 대해 균열 등을 체크하는 작업이다.
사전현황 조사 발파공사 지침에는 해당 감리자와 아파트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함께 하도록 되어 있지만 A건설사는 아파트 관계자 동행 없이 사전조사를 해 주민들은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현황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발파로 인한 피해액 추산근거가 A건설사와 B아파트 주민 간에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9월 23일 순천시도 A건설사가 사전현황 조사 지침에 맞지 않은 공사에 대해 인지하고 바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재조사를 하라고 권고했다. 시의 공사중지 명령에 A건설사는 아파트 주민들과 협의를 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아파트 주민들은 발파일시, 공정 등을 협의해서 하겠다는 A건설사의 의견에 동의를 해 공사는 재개됐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A건설사가 발파공사가 재개되자 협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인 공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B아파트 주민들은 협의 없는 발파를 중지하라고 항의하고 있지만 A건설사는 발파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A건설사 신축 아파트 현장에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모습./ 순천 = 나윤상 기자 |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김태훈 순천시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덕암동 공사는 인접한 구조물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사전현황 조사를 이행해야 하는 공사이자 건설기술진흥법 제62조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공사임에도 사전현황조사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어 "순천시에 건축분쟁 저감 및 주민편의 재고를 위한 시민 중심의 신뢰받는 행정 구현에 더욱 주력하여 줄 것"을 촉구했다.
순천시가 A건설사와 B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중재를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시 관계자는 "피해 보상 규모를 놓고 최대한 피해 주민입장에서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양쪽 간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A건설사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 차례 문제점을 설명하고 회사 입장을 요구했지만, 해당 건설사는 "드릴 말이 없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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