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파주시장 "남·북, 국제사회가 나서 비상 브레이크 당겨야"
입력: 2024.11.01 17:30 / 수정: 2024.11.01 17:30

"북, 방송만이라도 중단해야", "정부, 상호 중단 결단해야" 당부
"인류의 수치, 정전협정 위반"…유엔사, 세계 정상에 호소


김경일 파주시장(가운데)이 지난 달 31일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10만 장을 날리기 위해 모인 납북자가족모임 관계자들을 향해 대북전단 살포를 멈춰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파주시
김경일 파주시장(가운데)이 지난 달 31일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10만 장을 날리기 위해 모인 '납북자가족모임' 관계자들을 향해 대북전단 살포를 멈춰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파주시

[더팩트ㅣ파주=양규원 기자] "지금, 대성동은 마을 전체가 생지옥이고 고문실입니다. 주민들이 ‘나라는 어디에 있느냐!’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대남 소음방송 피해를 입고 있는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을 직접 찾은 김경일 파주시장이 1일 '남·북 당국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파주시장 긴급 호소문'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김경일 시장은 먼저 "어젯밤 대성동을 다녀오고 무력감과 허탈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 시민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인데 시장조차 현장을 방문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는 이 어이없는 현실이 통탄스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 차례 대성동 밖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주민들은 '나라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왜 정부 관계자 누구도 대성동마을에 오지 않느냐'고 답답해 하면서 '나라가 우리를 버렸는데 저 태극기를 계속 게양해도 되는 것이냐'는 말까지 했는데 현실을 목격하니 왜 그런 극단적인 말까지 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성동 방문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제 확인한 북한의 확성기 공격은 그동안 상상하던 수준을 뛰어넘었다. 대성동을 아예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누군가 바로 옆에서 내 귀에 대고 비명과 괴성을 내지르는 일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계속한다고 생각해 보라. 지금 대성동 상황은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일 시장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이념도, 시시비비도, 책임 소재 규명도 다 그다음 일이다"면서 "고립된 대성동에서 많은 주민들이 ‘나라는 어디에 있느냐’고 울부짖고 있다.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 사태는 말 그대로 ‘생고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경일 시장은 북한 당국에 우선 대성동마을에 대한 확성기 방송만이라도 멈춰주길, 우리 정부 당국에는 전단과 확성기 방송 상호 중단을 결단하고 북측과 신속히 합의해 주길 각각 당부했다.

그는 "지금 멈추지 않으면 대성동 마을에서 북한 당국조차 의도하지 않은 비인륜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경일 시장은 공동경비구역을 관할하는 폴 J.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과 안토니우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님, 중립국감독위원회와 유엔군사령부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정상들에게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 참극을 지속하는 것은 인류의 수치"이며 "이념과 책임소재를 떠나 유례가 없던 반인권적 사태이자 정전협정 위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일 시장은 마지막으로 "지금 대성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고 인류 역사에서 유사한 사례조차 찾기가 어려운 가공할 사태다"면서 "남과 북의 당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서 비상 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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