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광, 펑' 대남 확성기 소음 고문 '이러다 미치겠다'"…김동연 "방음세시 곧바로 설치"
입력: 2024.10.23 17:23 / 수정: 2024.10.23 17:23

대성동·민북 마을 주민과 긴급현장 간담회…마음안심버스 투입, 주민 쉼터 마련
대북 전단 살포 제보시 바로 출동 제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을 겪고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주민과 긴급 현장간담회를 갖고, 방음창 설치, 마음안심버스 투입 난청 치유,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 마련 등 주민지원방안을 발표했다./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을 겪고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주민과 긴급 현장간담회를 갖고, 방음창 설치, 마음안심버스 투입 난청 치유,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 마련 등 주민지원방안을 발표했다./경기도

[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을 겪고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과 긴급 현장간담회를 갖고, 방음창 설치, 마음안심버스 투입 난청 치유, 주민 쉼터 및 임시 숙소 마련 등 주민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은 51세대 135명이 거주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 A씨는 "죄인도 잠은 재울 것 아니냐. 우리는 죄인보다 더 하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주민 B씨는 "완전히 지옥 같다. 저희는 초중고 학생들이 있다. 부모는 지금 중증 환자다. 병원 갔다 오면 쉬어야 하고,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할 수 없다. 동네 어르신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비행기 뜨는 소리에 전쟁 났다고, 피난 가야한다는 분도 계시다"고 했다.

주민 C씨는 "대성동 주민 다 미칠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짜 미치겠다. (대남 확성기 소리에)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 '꽈광, 펑' 하면서 시작을 하는데…밤에는 짐승, 굉음소리. 이게 9월 28일부터 시작한 거다. 한 달 동안 이 고문을 받고 산다고 생각해 보시라. 고통스러운 암흑세계다. 일주일 동안 잠 하나 못 자고…그래서 귀마개를 착용했는데, 근 20일 하니까 염증이 생겼다. 트라우마가 생겼다. 지사께서 저희 좀 살려주시라.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잠 좀 자게 해 달라. 사람답게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김 지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현장에서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대한 방음창 설치 등 세가지 즉석 지시를 내렸다.

지시 내용은 △방음 새시를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설치(방음창, 방음문)할 것 △건강검진 차량과 '마음안심버스'(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 2대바로 투입해 주민들 '마음의 병'과 난청 등을 치유해 드릴 것 △탄현 영어마을에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그래도 힘든 주민 대상) 마련할 것 등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방안이다.

앞서 민북지역 마을(통일촌, 해마루촌) 주민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이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통일촌 주민 D씨는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방송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안보 관광이 중단되고 원점 타격 등으로 오발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니 탈북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 시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해마루촌 주민 E씨는 "우리 남측에서 대북전단지를 날리게 되면 여기 주민들은 굉장히 불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북한 쪽의 포병 사단들이 전부 다 즉각 사격 준비 태세를 하고 있는데 풍선을 날리면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접경지역 주민이다.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전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민북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전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민북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경기도

이에 김 지사는 배석한 도 간부들에게 "시간 끌지 말고, 당장 내일이라도 (방음 새시) 공사를 해서 최단기에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 지사는 오후석 도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하고,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대성초등학교에 대한 방음 새시 등의 지원 방안은 경기교육청과 대화해서 찾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김 지사의 현장 지시에 주민들은 "무거운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다"(A씨), "너무 감사하고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다"(B씨), "말만으로도 위안이 된다"(C씨)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이 김 지사에게 "우리 좀 안아주세요"라고 하자, 김 지사는 주민을 꼭 얼싸안았다.

김동구 대성동 이장은 "방음 새시를 설치하면 생활소음 이하인 30dB 정도(현재는 80dB 안팎)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지사는 "튼튼한 안보를 중심으로 하되,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하면서 전단 날리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대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저희 경기도는 이를 계속 비판해 왔지만, 앞으로도 중앙정부에 제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대북전단지를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건의에 "제가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답변했다.

기이도 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김동연 지사님이 파주 연천 김포를 위험지역으로 설정한 만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제지할 것"이라며 "대북전단 풍선이 올라갈 수 있는 세곳의 거점지역 76개소를 경찰과 특사경이 주야로 거의 24시간 순찰을 돌고 있다. 주민들이 추가로 112로 제보를 주시면 저희가 바로 출동해서 제지하겠다"고 강조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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