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기지부 등 4개 단체 공동 성명...추천전형 폐지 주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성명서 캡처./전교조 경기지부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선발 과정에서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 등을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현대판 음서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자손을 채용해 주던 관행처럼 교육장의 입맛에 맞는 이들의 추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 경기정책위원회,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 등 4개 단체는 21일 공동성명을 내 이 같이 밝히고, 추천전형 폐지를 요구했다.
경기지부 등은 성명에서 "이번 개편안은 교육장에게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모든 결정이 교육장의 의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교육지원청에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교육지원청에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고, 교육전문직 인사(발령) 역시 본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경기지부 등은 "교육지원청 내에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인맥 구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실정인 상황에서 교육지원청에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추천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교육장이나 국·과장의 성향에 맞는 인물들이 지명돼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서울과 충남에서 교육감이 교육전문직원 인사 비리로 구속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또 "도교육청의 추천 전형계획에는 서류 평정 반영 여부를 교육지원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추천권을 남용하거나 불공정한 절차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추천전형 도입으로 인한 공모전형 축소로 사교육이 성행하는 등 과도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
단체들은 "사실상 공모 인원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그 평가도 포트폴리오 등을 기준으로 진행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사들이 늘고 교육청 내 인맥을 활용하는 ‘지인찬스’ 부작용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지부 등은 "스펙 등을 쌓기 위해 교육청에 종속될 위험도 커 교육청 활동을 많이 하던 교사들을 일컫는 ‘새끼장학사’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단체들은 추천 전형 폐지가 어렵다면 △추천 전형의 권역별 운영 △평가위원 외부 인력풀 확대 등 재편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장학사, 연구사 등 교육전문직 선발을 위해 일률적으로 치르던 종이시험을 폐지하고 ‘공모 전형’과 ‘추천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공모 전형에서는 △교직 생애 기술서 △성장 포트폴리오 △활동계획서 등을, 추천 전형에서는 △교육활동 실적서 △지역교육 공헌 성과 기술서 △교육지원청별 자체평가 기준 등을 토대로 2차 면접 대상자를 추리는 식이다.
지필고사 폐지는 1993년 도입 이후 3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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