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11월 13일 광주 인성빌딩…역사유물 가치 알리기 위해 주민‧지역예술인 공동작업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수탈의 상징적 거점인 옥매광산(해남군 황산면 옥동리) 명반석 저장창고./눙눙길 청년마을 |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 수탈의 상징적 거점인 해남 옥매광산에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 전시회가 광주(충장로 인성빌딩)에서 열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개막해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산 주변 마을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마련했다. 주최 측은 "아픈 역사를 타 지역에 알리기 위한 전국화 시도를 위한 첫 '해남밖 진출'"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사운드 및 영상 작품 4점, 설치조각 2점, 주민 참여 작품 300여 점,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50여 점 등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옥매광산은 118명 노동자가 수장돼 사망한 참혹한 역사의 상흔이 새겨진 곳이다. 전투기 등 군수품 제작에 사용되는 명반석을 캐는 노동에 동원됐던 조선인 광부 300여 명은 1944년 3월 제주로 끌려갔다.
해남 주민들과 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제작한 대형 종이장식 설치물 '옥매광산 설위설경'./광주=박호재 기자 |
조선총독부 지정 군수회사인 일본 아사다화학공업은 해남 주민들을 옥매광산으로 강제동원했으며, 전쟁 막바지에 옥매광산 노동자들을 제주 군사시설물 구축 공사장에 투입했다.
이듬해 해방을 맞은 247명은 8월 23일 35톤급 목선을 타고 귀향길에 올랐지만 전남 완도 청산도 해상에서 고장이 난 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옥매광산 노동자 118명이 사망했다.
옥매광산의 아픈 역사를 기리기 위해 2017년 해남군민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옥선창(옥동선착장) 바닷가에 ‘옥매광산 118인 희생 광부 추모비’를 건립했다. 추모사업의 일환인 이번 전시는 특히 지역사회와 문화계가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옥매광산 저장창고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대학교의 사유지로 묶여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유적지는 방치되고 있으며, 광산 개발 행위가 이어지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2017년 해남군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옥선항 선창 바닷가에 검립한 '옥매광산 118인 희생 광부 추모비' . /눙눙길 청년마을 |
전시를 기획한 해남 황산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자 ‘눙눙길 청년마을’ 김지영 대표는 "잊혀져 가는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예술을 통해 재조명하고, 과거의 아픔을 넘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그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옥매광산 저장창고의 보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해남 밖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시민들이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26일 광주극장(동구 충장로)에서 김서량 작가가 118인의 광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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