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장대중학교 "회복적 생활교육은 공동체 신뢰가 기반"
입력: 2024.10.17 10:00 / 수정: 2024.10.17 10:00

더팩트-대전시교육청 공동 캠페인①
대전장대중학교의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사례


대전장대중학교 전경. / 대전시교육청
대전장대중학교 전경. / 대전시교육청

생활지도’, ‘훈육’. 두 단어가 옛날 학교 현장에서는 같은 용어로 일치돼 활용돼 왔다. 그러다 보니 권위에 의존한 훈육 방식, 응보적인 접근 방식은 학생들을 통제하고 억제함으로써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학교 현장에서는 생활지도를 위해 노력하지만 최근 학교와 관련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아동학대, 교권침해, 학교폭력, 성범죄 등)로 인해 교육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증가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학생들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 학교 내 교육활동 및 생활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교육 현장에서는 관계 회복 및 공동체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회복적 접근은 학교의 ‘생활교육’으로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총 4회에 걸쳐 대전시교육청의 학교 생활지도 및 교육 정책과 사례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 학교로 대전장대중학교를 선정해 학교 학생생활부장 선생님을 만나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경험담과 학생의 생활교육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전장대중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대화와 소통을 통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있는데 이는 학생과 교사 간의 신뢰감을 쌓고 더 나아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게 만든다.

특히 생활지도에 있어 처벌에 중점을 둬 엄벌주의 관점의 응보적 생활지도보다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도록 기회를 주는데 이는 모든 학생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도가 이뤄지면 모두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교직원들의 과중한 업무 탓인지 학생들과의 대화가 많이 부족한 점도 있었고, 학부모의 민원이 많아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데 한계점이 명확하지만 꾸준한 상담을 통해 학생들과의 라포르(친밀감 또는 신뢰관계) 형성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대전장대중학교 학생생활부장 선생님은 "회복적 생활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공동체 간의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고 교육가족이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신뢰한다면 회복적 생활교육은 일선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음은 대전장대중학교 학생생활부장 선생님과의 일문일답.

대전장대중학교 학생 자치 캠페인 활동 모습. / 대전시교육청
대전장대중학교 학생 자치 캠페인 활동 모습. / 대전시교육청

-대전장대중학교는 어떤 학교이며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대전장대중학교의 장점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3주체 모두 대화와 소통, 공감으로 하나 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모든 행사나 계획을 서로 공유하고, 돕고 화합하여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학생부장 업무를 오래 하셨던데 하시면서 정말 힘들었던 경험과 행복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생활안전부 업무를 10년 정도 하면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전입해 온 학생이 담임선생님께 교무실에서 욕설을 하고, 심지어 밤늦게 전화로 욕설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일삼는 경우가 있었다.

저는 생활안전부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제지하고, 지도했지만 나아지는 경향은 없었으며, 심지어 학부모님께서도 처음에는 죄송하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지치셨는지 '학교에서 해준 것도 없지 않느냐'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밤늦게 어머니와 전화 또는 문자로 상담하고, 지속적으로 학생의 상태를 공유하며 어떻게든 졸업을 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결국 이 학생은 졸업했지만 도저히 선생님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보면서 참으로 교직 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행복했던 경험 또한 많지만 그중에서도 기본 생활 습관이 부족하고, 학교 생활이 어려웠던 학생이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 사례가 있었다. 학생이 2, 3학년 때 반장의 역할을 하면서 학생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독이며 끝까지 믿어준 결과,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하면서 점차 변화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 후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한 제자가 저와 같은 교사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로 기쁘고 행복했다."

-요즘 학생들의 특징과 회복적 생활교육이 갖는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학생들의 특징 중 휴대폰 등 스마트기기의 영향으로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의 학생이 많다. 최근 문제 행동이나 학교폭력은 SNS를 통해 증가하는 추세이며, 선생님 또는 친구와 만나서 하는 대화보다 SNS상의 비대면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특성의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응보적 생활지도와 같이 잘못한 것에 대한 처벌 위주로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은 더욱더 음지로 들어가 입을 꾹 닫는 경향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럴수록 요즘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 대화를 통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회복적 생활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아직 기회가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회복적 생활교육만큼 좋은 생활교육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응보적 생활지도와 회복적 생활교육의 차이를 교육활동에서 경험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저는 신규 교사 시절부터 회복적 생활교육 위주의 생활지도를 해오고 있다. 응보적 생활지도는 그 학생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지도와 처벌을 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는 처벌보다는 이 학생이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였는지를 깨닫게 하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시킬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지도하고 있다. 이런 방법이 지도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더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재발을 막고, 학생이 스스로 잘못한 것에 대해 깨닫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지도하는 교사에 대해 적개심,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을 이해하고, 더 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학교 규칙을 어긴 학생이 있다면 그 즉시 학생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처벌하기보다는 학생과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한 뒤 개선의 여지를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행동이 재발하거나,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학생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해 다시 한번 상담과 교육활동을 통해 개선해 나가도록 한다. 거의 열에 아홉 명은 이러한 지도가 이루어지면 좋아졌던 경험이 있다."

-해당 경험을 통해 학교 내의 생활교육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달라

"요즘 교직 생활이 여러 방면(학부모 민원, 과중한 업무 등)으로 힘들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의 라포르 형성이나 대화가 아주 부족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하였을 때 개선의 여지를 많이 주기보다는 처벌 위주의 생활지도가 많이 이루어지게 되는 실정이다. 학교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그래도 학생들과 상담과 대화를 통해 학생이 무엇을 잘못했을지 정확히 짚어주고, 학생과의 라포르 형성 과정에 시간을 더욱 들인다면 학생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지속적으로 교칙을 위반하고, 선생님들과의 마찰이 있던 학생이 있었다. 제가 느끼기에 이 학생은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잣대로 지도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학교 밖으로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먼저 학생을 따로 불러 혼을 내기보다는 대화를 했고, 그 대화에서 학생은 저와 관계 형성이 되어 본인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를 이야기를 해줬다.

저는 그 문제에 초점을 맞춰 학생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라포르를 형성했고, 학생 스스로 조금씩 교칙을 지키고, 욱하는 모습을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즉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러한 조그마한 변화에 대해서도 칭찬해 주고, 복도에 만날 때마다 간식도 줬다.

그러면서 학생은 점진적으로 좋아졌고, 학교 생활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서 졸업까지 했던 학생이 있었다. 학생과 교사의 라포르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의 처벌은 절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한 생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의 한계점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은 일선 현장에서 무리가 많다. 학부모의 민원, 과도한 업무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지속적인 대화, 학생의 잘못한 부분에 대한 개선 보다는 처벌 위주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학생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교육하고 싶어도 요즘은 학부모 민원이 많아 오히려 교사들이 상처를 받는다. 또한 행정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 학생과 대화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여러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현을 위해 교육공동체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체 간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서로 공유하고 신뢰한다면 회복적 생활교육은 일선 현장에서 원활히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대중학교 학생들에게 생활교육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처럼 학교를 사랑하는 순수하고 착한 학생들로 자랐으면 좋겠고, 친구들과 다툼이 생겨도 스스로 그 일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갈등 해결 능력을 지닌 학생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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