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 산사태 97%,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 중 무려 97%가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은 산림청을 비롯한 예방기관이 산사태 예방 및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인재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점검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윤준병 의원실 |
[더팩트 | 정읍 = 곽시형 기자]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는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의 97%가 산림청 등이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사 및 지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준 산림청의 산사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산사태 취역지역 지정(누적) 현황은 총 2만 8988개소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9월 현재까지 산사태 실태조사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2021년 4억 9000만 원(2204개소), 2022년 28억 3500만 원(6125개소), 2023년 28억 3500만 원(5283개소), 2024년 47억 3400만 원(1만 2027개소, 조사 중) 등 총 108억 9400만 원(2만 5639개소)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산사태 실태조사와 이에 따른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산사태 발생에 대한 사전 예방적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산사태는 2021년 190건, 2022년 1278건, 2023년 2410건, 2024년(8월 현재) 1030건 등 총 4908건이었지만, 정작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338건(6.9%)에 불과했고, 나머지 93.1%에 해당하는 4570건이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 총 2410건 중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고작 73건으로 단 3%에 불과했고, 전체 97%에 달하는 2337건이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총 복구비는 1428억 2200만 원으로 2021년(149억 9900만원) 대비 852%나 증가했다.
감사원 역시 올해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및 관리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림청은 매년 기초·실태 조사를 거쳐 산사태 위험지역을 선별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관리해야 하지만, 기초조사 우선 지역 선정 기준 등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 배제되는 원인을 제공했고,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의 관리업무 소홀을 지적받았다.
또한 산사태로 인한 피해 범위에 있는 위험구역임에도 대피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위험 구역 내 시설을 대피 시설로 지정해 놓는 등 대피 체계가 허술한 문제 등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도입된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이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산사태 실태조사 및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등의 산사태 예방·관리 대책은 실패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며 "산사태 실태조사를 통해 3만 개소에 가까운 취약지역을 지정·관리했지만, 작년에 발생한 산사태 중 무려 97%가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은 산림청을 비롯한 예방기관이 산사태 예방 및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최근 이상기후에 따라 증가한 집중호우와 산림 난개발 등으로 산사태의 위험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형식적인 실태조사는 물론,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인재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점검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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