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계약 당시 담보가 보증금보다 컸다면 사기 고의 없다"
대구지방법원 전경./대구=김채은 기자 |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법원이 임차인들을 속여 70억 원대를 편취한 60대 임대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전명환 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67) 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배상 명령 신청을 모두 각하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대구 남구 대명동 등지에 다가구주택 등 건물 12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2020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임대차보증 금액을 축소 고지하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이 가능할 것처럼 임차인 104명을 속여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 규모는 88억 원가량으로 조사됐다.
범행의 대부분은 담보 가치가 전혀 없는 임대차 목적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이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임대차보증금 합계액을 허위 고지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월세 임차인에게는 최소 변제금이 나온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사기를 당한 한 30대 여성은 집에 물과 인터넷 등이 끊기자 지난 5월 1일 생을 마감했다.
재판에서 A 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외부적 요인으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 규모가 심각하고, 피해자 중 한 사람은 숨지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대차 계약 당시 담보 가치가 보증금을 넘었던 경우는 무죄로 판단하고 피해자 수는 87명, 피해액은 71억여 원으로 본다"며 "A 씨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계약을 체결한 점, 범행 발생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임대차 목적물의 담보 가치가 임대차 보증금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지만 임대인의 다른 재산이나 자력, 임대인의 임대차 보증금 사용 용도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이는 임대인이 제시한 담보 외에 변제 능력까지 임차인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를 부과하진 않는 것이다.
tktf@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