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부천 화재 건물주, 에어컨 전선 부실 알고도 '방치'…경찰, 4명 구속영장
입력: 2024.10.08 18:04 / 수정: 2024.10.08 18:04
화재 발생 사흘째인 지난 8월 24일 소방 관계자가 검게 그을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더팩트DB
화재 발생 사흘째인 지난 8월 24일 소방 관계자가 검게 그을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부천=유명식 기자] 지난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 A호텔 화재 당시 방화문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화 원인으로 지목된 에어컨의 실내외기 전선 상태도 부실했지만, 소유주가 이를 알고도 무시해 화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철은 8일 이런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건물주 B(66)씨와 호텔 운영자 C(42)씨, 호텔 매니저 D(36·여)씨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은 호텔 810호 객실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전선의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소유주 A씨는 호텔 인수 1년 뒤인 2018년 5월 전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면서 영업 지장 등을 우려해 낡은 전선을 재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의 마감도 부실했고, 이후 수리 기사 등이 호텔 관계자들에게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했으나 A씨 등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객실 63개 가운데 15개 객실의 에어컨 전선은 육안으로도 결연 상태가 허술해 보였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은 환기 등을 이유로 비상구 방화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객실 출입문에는 도어클로저(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간이완강기도 일부 객실에만 놓여 있었다고 한다.

또 매니저 D씨는 화재 직후 작동된 경보기를 임의로 중지시켰다가 2분여 만에 재개해 투숙객 대피가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운영자인 C씨는 소방안전교육도 받지 않고 소방 안전관리자 자격을 유지하며, 직원들에 대한 소방 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에어매트’ 부실 논란을 빚었던 소방당국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몸을 던져 숨졌으나 에어매트 설치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고, 바닥 경사 등으로 안전성을 100%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장비 운용의 개선점 등에 대해서는 소방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A호텔에서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쯤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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