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단체 됐지만 해결과제 산적
5·18정신 헌법 전문수록이 폄훼‧왜곡 근본 대책
취임 후 세달째를 맞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조규연 회장은 "시민사회 불신 해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광주=나윤상 기자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5‧18 주요 3단체가 국가보훈처에 의해 공법단체로 승격했지만 아직은 대내외적으로 그 위상에 걸 맞는 질적 성장을 충분히 이뤄내지 못한 채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이하 부상자회) 2기 회장에 취임한 후 70일을 넘긴 조규연 회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팩트>가 지난 10일 조 회장을 만났다. 인터뷰에 나선 조 회장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걱정을 털어놓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 1기 부상자회의 잘못을 바로 잡고자 하는 회원과 대의원들의 열망으로 6월 30일 제2기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보다는 회원과 시민들로부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전도 전례 없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명이 회장 선거에 입후보했고, 감사를 포함해 14명을 뽑는 임원 선거에는 총 45명이 출마했다. 다수의 후보가 나섰기에 회원들이 후유증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마무리가 됐다. 조 회장 특유의 친화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회원들의 중론이다.
"후보들 모두가 선거결과에 승복한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게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낙마한 한 분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집행부가 승소해 기각됐다. 지금은 갈등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규연 회장은 5.18 폄훼와 왜곡을 영구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나윤상 기자 |
조 회장은 계획한 일이 많아서 갈 길이 바쁘다고 말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 가지 과제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보훈 급여금 조속지급, 부상자회의 불합리한 규정들을 정비하여 민주적인 공법단체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출마의 변으로 밝혔었다.
그 과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은 바쁘지만 아직은 발목을 붙드는 걸림돌이 많아 조 회장의 고민은 깊어간다.
"지난 1기 부상자회의 일들로 한 3건 정도 재판을 진행했다. 법적으로는 다 승소를 해 일단은 마무리됐지만 그런 소송들 때문에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이 압박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궁리하느라 마음이 무겁다."
5‧18 단체를 바라보는 광주 시민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일도 조 회장으로선 녹록지 않은 숙제다. 단체 구성원들의 잦은 분열과 갈등을 지켜보며 사실상 오래도록 쌓여 온 불신인 데다 지난 2월 5‧18 당시 진압부대였던 특전사 예비역 단체와 화해의 행보를 보여줬던 게 불신의 깊이를 더했다.
"2·19선언으로 촉발된 시민사회와의 갈등은 전 집행부가 시민사회와 사전 논의나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불행한 사태로, 제2기 집행부는 적절한 시기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 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협력을 통해 5·18행사는 물론, 5·18정신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일부 극우세력들에 의한 5‧18 폄훼‧왜곡도 5‧18민주화운동 핵심 주체인 부상자회가 앞장서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이 대목에서 조 회장은 5‧18정신 헌법전문수록과 교육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다.
"아직도 5·18정신을 폄훼하고,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이는 일부 보수 정치인이나 극우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5·18정신을 깍아 내리려는 의도된 행동으로 시민사회와 언론이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왜곡이나 폄훼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5·18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돼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고 5·18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규연 회장은 "5.18민주화운동의 주역은 5.18유공자만이 아닌, 광주시민 모두가 주체" 라고 규정하며 시민사회와의 동반자적 관계맺기를 강조했다./광주=나윤상 기자 |
조 회장은 이러한 과제들을 힘 있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광주 시민사회의 지원과 협력으로 동반자적 관계 맺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5·18의 주인은 당사자인 5·18유공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80년 당시 함께 했던 광주시민 모두가 주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5·18 단체는 광주시민들의 뜻에 반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항상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중시하고 상호 협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끝으로 조 회장은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던 5·18부상자회의 지난 과오나 혼탁상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제2기 부상자회가 광주시민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재도약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력을 부탁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조 회장은 1980년 5·18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광주공원서 시민군들에게 보급품을 나눠주는 일을 맡았다. 이후 연행됐지만 미성년자였던 덕분에 26일간의 수감생활을 하고 풀려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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