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하듯 역사 바로 세워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
"독립기념관 건립계획에 이종찬 회장 '힘 보태겠다' 말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9일 이종찬 광복회장을 예방해 경기도 독립기념관(도립) 건립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경기도 |
[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일제가 전쟁에서 패망했기 때문에 독립을 얻게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대통령이 온 국민 앞에서 한 말이다. 제 귀를 의심했다"며 "오늘은 제2의 경술국치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외신 언론을 상대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독립전쟁을 해서 해방을 맞이하고 광복을 얻게 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일제가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했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와 독립을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발표한 통일 독트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지사는 "광복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독립운동 하듯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라며 "오늘 이종찬 광복회장님을 뵙고 여러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도라도 제대로 된 역사를 세우고 독립정신을 선양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경기도 독립기념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광복회가 적극 힘을 보태겠다는 든든한 말씀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김 지사는 "나라도 역사도 거꾸로 가고 있지만, 경기도는 제대로 가겠다"며 "오늘 경기도는 조기를 내걸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이종찬 광복회장을 예방해 경기도 독립기념관(도립) 건립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내년 광복회 지원예산을 6억 원 삭감(32억 원 → 26억 원)키로 하고, 국가보훈부가 광복회 감사를 언급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광복회 이외의 공법단체 추가지정까지 검토 중이어서 광복회에 대한 압박을 넘어 보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복회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지난 15일 별도의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했는데, 기념식에서 나온 윤 대통령 및 정부 규탄 발언이 도화선이 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종찬 회장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로 광복회의 큰 힘이 된다"고 평가하면서 "광복회 안에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입지 등을 경기도에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찾은 김 지사를 반갑게 맞으면서 "김동연 지사는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사님처럼 올바르게 판단하시는 분이 광복회원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실제 광복회 경기지부가 가장 활동이 활발하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김 지사에게 저서('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선물했다.
김 지사는 "최근 쪼개진 광복절 행사를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이종찬 회장님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아주시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셔서 든든했다. 광복회장님의 올바른 역사관과 소신 있는 말씀에 깊이 감사드린다. 경기도가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들고, 독립운동을 선양하는데 앞장서겠다"면서 경기도 독립기념관 추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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