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주차장 시설 확장은 시대적 트렌드" 패러다임 전환
야당 "488억 혈세 낭비"…실제 사업비는 170억 규모로 예상
야당 지역위원회가 '혈세 낭비 초록광장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도심에 내걸었더. / 이수홍 기자 |
충남 서산시가 랜드마크 사업으로 도심 속 중앙호수공원의 기능을 크게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복층 구조로 445대를 수용할 주차시설과 옥상에는 잔디 광장, 둘레에는 물길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해 도심 속 허파 기능을 하게 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가칭 '초록광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을 두고 야당 지역위원회가 현수막 정치에 나섰다. 지자체의 사업에 대해 정당 지역위의 개입은 이례적이다. 지자체의 문제는 서산시의회에서 걸러져야 함에도 정당 지역위원회가 개입하고 나선 데 대해 지역 발전에 도움 되질 않는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더팩트>는 시민들의 알권리 충족 등 사실을 바로 알리기 위해 이 문제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ㅣ 서산=이수홍 기자] 충남 서산시 도심 한 복판 중앙호수공원과 맞닿아 비가 오면 침수가 돼 임시 공영주차장으로 쓸 수가 없고 평소 바람이 부는 날에는 포장이 안 돼 흙먼지가 날리는 일명 '서산시 중앙호수공원 임시 공영주차장'이 있다. 시 땅인 이곳의 규모는 1만 2002㎡(3650여 평)이다.
뒤늦게 노동당이 내건 현수막. / 이수홍 기자 |
이곳에 민선7기 서산시는 37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중앙도서관을 신축하려 했다. 당장 도서관이 필요한 사정도 전혀 없는 서산시의 도서관 규모는 충남도 내 최고 수준이었다.
이보다 앞서 민선6기 때는 이곳에 겨울철에만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인근 시군 주민들까지 찾아와 반짝 서산시의 명소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역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A(50) 씨는 "지자체의 사업을 두고 집행부를 견제하고 예산 집행 및 감사권을 행사하는 서산시의회가 존재하는 데도 야당 지역위원회가 왜 지자체의 사업을 두고 현수막 정치를 하는지,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초록광장 사업 관련 커지는 논란, 대체 무슨 일이?
이곳 공영주차장은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 치고 활용 가치 측면에서는 가성비로 봐선 낙제점이다.
이에 민선8기 서산시는 이곳에 복층 구조로 445대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옥상에는 잔디를 심어 사계절이 푸른 광장을 조성해 공연과 만남이 있는 도심 속 허파의 기능을 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가칭 '초록광장 조성 사업'이다.
민선8기 서산시가 지난 7기 때의 도서관 신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나서면서 서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5월 시의회 285회 임시회에 이완섭 시장을 출석시켜 공방을 벌였다. 이완섭 시장은 논리적인 당위성을 앞세워 물러서지 않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서산시의회 B 의원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방송사 등에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초록광장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B 의원은 지난 1일 첫 공문을 서산시의회의 정식 공문 형식으로 국회 및 행안부와 권익위, 방송사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현재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과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서산시의회 의장이 지난 5일 뒤늦게 민주당 B 의원의 개인적인 공문이었음을 밝히는 내용으로 정정 공문을 국회 및 정부 기관에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빚었다.
◇지자체 사업 둘러싼 정당 지역위원회 '현수막 정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을 두고 야당들이 현수막 정치에 나선 데 대해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민주당 서산태안위원회는 "488억 민생 역행하는 혈세 낭비 전형, 호수공원 유료주차장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서산시 도심 등 주요 도로변 곳곳에 내걸었다.
진보당 서산태안위원회도 "초록광장 호수공원 유료주차장 사업은 488억 원 들여 445대짜리 유료주차장 만드는 혈세 낭비 사업입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도심과 외곽 곳곳에 붙였다.
노동당도 "무료 주차장에서 유료 주차장으로? 피 같은 혈세 488억(건설비 토지보상비) 든다고? 장난하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뒤늦게 걸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주장하는 488억 원에 대한 산출 근거는 없다. 때문에 혈세 낭비라는 정치 구호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록광장 사업을 응원하는 농민단체 현수막. / 이수홍 기자 |
지역 예술인단체, 농어민단체, 서산을사랑하는연대 등도 '맞불' 성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초록광장 호수공원 유료주차장 사업을 두고 지역사회가 갈라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주민들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야당에서 지적한 혈세 낭비 등의 내용은 사실일까?
<더팩트>는 488억 원의 산출 근거와 혈세 낭비의 요인은 무엇인지, 서산시의회와 서산시 집행부 간 정책 협의 및 충분한 사업 설명은 없었는지, 사업일지를 통해서 확인된 내용을 공개한다.
◇사업 추진 일지 확인해 보니…서산시 "주차장 기능 패러다임 전환 필요"
서산시는 사업 초기인 2023년 10월 서산도서관 건립 전면 재검토와 관련해 서산시의회에서 첫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연구용역을 하기 전인 이때 초록광장 조성 사업비는 대략 659억 원 규모로 의회에 보고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초 수준의 참고 자료라고는 하지만 산출 근거가 미흡하고 부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첫 정책간담회 이후 시는 의회 보고 및 정책간담회 행정사무 감사, 서면 질의 답변 등 그동안 20회 이상 소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지역 의원이 참석하는 15개 읍면 연두 순방을 통한 시민과의 대화, 서산시 소식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중앙호수공원의 기능을 한층 강화한 복합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진 게 확인됐다. 따라서 소통이 부재했다는 주장은 억지인 셈이다.
특히 도심 주차장 기능은 지역 상권 확대에 꼭 필요한 시설로 무질서한 주차로 인한 도시미관 개선에 이르기까지 도시공학적 측면에서도 주차장 시설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은 꼭 필요하다고 시는 역설하고 있다.
초록광장 사업을 조속히 추진 해 줄것을 염원하는 시민모임의 현수막. / 이수홍 기자 |
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초록광장 조성에 대한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응답자의 80%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수막에 제시된 문제의 488억 원은 올해 2월 시가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연구 용역한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땅값 235억 원이 실제 사업비 253억 원에 포함된 금액이다. 시유지 땅값은 공사비에 포함하지 않는다. 내 땅에 내 집을 짓는 데 소요되는 비용에 땅값을 포함하지 않는 것과 같다. 때문에 "혈세 낭비"라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과 괴리가 있다.
488억 원은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금액이 아니다. 시가 주차장 부지 땅을 사들여 사업을 추진할 경우엔 야당 측의 주장이 논리가 맞다. 시유지에 외부 재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공공 목적의 공사에는 땅값(시유지)은 포함하지 않는다.
또 현재 실제 사업비에는 차이가 발생했다. 땅값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원래 문화시설 용지 땅이 주차장 시설로 올해 7월 1일 변경 고시가 되면서 235억 원이던 땅값은 46억 원이 하락해 주차장 부지 땅값은 189억 원으로 내려갔다.
올해 7월 이후 서산시가 행자부 투자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땅값은 189억 원, 실제 공사 금액은 공사 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용역 당시의 순공사비 204억 원보다 21억 원이 증가해 순공사비는 222억 원이 됐다. 따라서 실제 사업비는 지난 2월 연구용역 당시 253억 원보다 21억 원이 늘어난 274억 원이다. 274억 원이 최종 확정된 사업비인 것이다.
274억 원의 공사 금액도 충남도 등에서 100억 원 정도 지원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따라서 서산시가 투입하게 되는 사업비는 17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초록광장 조성 사업은 당초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170억 원 규모의 사업비만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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