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R&D 장비 활용 유명무실…감사 등 조치 '절실'
입력: 2024.08.14 15:35 / 수정: 2024.08.14 15:42

수백억 들여 장비 구축하고 최근 3년간 활용률은 절반 수준
시의회·도의회 저조한 장비 활용률 관련 감사 전무


최근 R&D장비 현황을 요구하자 영천시 측은 실제 수량의 절반 가량인 2년 전(2022년 12월말 기준)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67대라는 숫자 조차도 맞지 않다.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은 2022년 12월말 기준으로 9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영천시
최근 R&D장비 현황을 요구하자 영천시 측은 실제 수량의 절반 가량인 2년 전(2022년 12월말 기준)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67대라는 숫자 조차도 맞지 않다.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은 2022년 12월말 기준으로 9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영천시

[더팩트ㅣ영천=최대억 기자]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시험 및 성능평가 지원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연구(R&D) 장비 공동활용지원사업’ 실적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구축한 장비들의 활용률이 저조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부품산업에 관한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산업클러스터 구축 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도, 영천시가 공동 출연해 설립했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설립 자본금 5대 5대와 운영비(인건비, 일반운영비 등) 명목으로 각각 3억 원, 2억 원(작년 2억 5000만 원)을 매년 출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구원은 그동안 국·도·시비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 520억 원을 들여 116대의 연구장비(2024년 8월 현재 기준)를 확보했다. 올해는 11대의 장비 도입에 87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역기업들이 실제 연구원의 R&D 장비 이용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더팩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R&D 사업 수행 및 장비 사용실적에 따르면 영천지역 1300여 개 제조업체와 200여 개 자동차 부품업체 외에도 외지 기업들이 실제 활용하는 장비는 2023년 57대(전체 105대), 2022년 39대(전체 90대), 2021년 42대(전체 72대)로 활용률이 매년 절반 수준 또는 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작년에 구입한 15종의 장비 가운데 RAMAN 분광기와 비표면적 측정기, 열가소성 탄소섬유 단방향 테이프 함침장비 등은 필요에 따라 구매한 만큼 예산상 회계연도와 사용이 일치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실제 활용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연구원의 대표적인 R&D 장비인 △복합재료 시생산 검증분석 HyperWorks Program △고성능 디자인 2D/3D 섬유형상 자동성형시스템 △탄소소재 미세구조 분석시스템(FE-SEM) △적외선이미징현미경 등 고가의 장비들의 지난 한 해 동안 업체 사용실적은 ‘0’건으로 나타났다.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장비지원실적(2023년)에는 상당수 장비의 활용기업수가 0건으로 나타났다.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장비지원실적(2023년)에는 상당수 장비의 활용기업수가 '0'건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천시는 실태 파악을 전혀 못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2년 전(2022년 12월말 기준) 장비 현황을 보관 및 공개하며 오히려 해당 내용을 취재하는 취재진에게 되묻기까지 하는 등 연구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출연지원기관으로 허술함을 보였다.

영천시 관계자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산자부 법령에 따라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에서 소유권을 가지기 때문에 저희가 가끔씩 자료를 받아보긴 한다며 "저희가 경북도와 공동출연기관인 사실은 잘 몰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단 한 차례도 저조한 장비 활용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시의회, 도의회 등 의정활동에도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비 사용 실적 현황은 현재 없고 관련해서 행정사무감사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직전 기획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도 강조했지만 지자체장은 국가정책사업에서 할 수 있는 대기업 유치에 매몰되지 말고 당장이라도 현대그룹 회장을 찾아가 중소기업에서 공급할 수 있는 부품과 해당 연구장비가 무엇인지 패턴을 정보공유하는 등의 중소기업 부품기술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번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현대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데 의견 개진된 것이 한 건이라도 있냐’고 물었을 때 ‘없더라’는 대답이 나와 충격적이었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 기준의 자동차 부품 정보를 입수해서 현대차가 요구하는 수준의 R&D연구개발을 위해 산업자원부와 자자체가 수요가 절실한 장비 도입 등 공동과제·시스템화를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패턴을 만들어 가야 하며 차제에 R&D장비에 관한 행정사무감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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