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로고/더팩트DB |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지난 1966년 설립돼 자산총액 3000억 원, 조합원 1만 5000여 명인 구미신협은 이사장의 부실대출 배임으로 조합원들이 57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떠안게 됐다. 지난 2022년 12월에 시작된 재판은 1년 8개월 동안 이어지다 올해 7월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기까지 구미신협은 결국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구속 기소됐던 이사장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구미신협의 곪은 부분을 알린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1년 8개월 동안 구미신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피해 회복 기회마저 놓쳐버린 구미신협
구미신협이 공시한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9억 8300만 원이다. 1만 5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에게 수년째 배당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부실대출(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로 이사장이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구미신협에는 한층 더 긴장감이 맴돌고 있으며 피해 회복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검찰은 구미신협 부실대출 사태에 관여한 구미신협 이사장과 구미신협 전 신용부장, 브로커, 건설업자 4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부실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토지를 가압류해 1억 5000만원을 추징 보전했다. 해당 토지는 지난 3월 21일 1억 5000만 원 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태에서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가 소유하고 있던 땅 등기부등본 |
민법 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에 따르면 공동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때에는 연대해서 그 책임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구미신협은 공동불법행위자인 브로커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소유한 토지를 가압류할 수 있었다. 구미신협 내에서 부실대출의 채권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신협 직원이 2022년 8월 계약 해지 되면서 업무에 공백이 생겼다. 해당 직원은 해고무효소송을 통해 지난 5월 복직됐지만, 창구사원으로 발령됐다.
검찰이 가압류를 한 때부터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구미신협 내 누구도 가압류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판결문에 나온 공모관계 |
판결문에 적힌 공모관계에 따르면 브로커와 신협 이사장은 같은 스키 동호회 회원으로 친분이 있었다. 브로커가 가진 토지를 가압류 하기 위해서는 이사장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이사장이 가압류를 일부러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 누구도 반발할 수 없는 절대권력의 그림자
개인 기업 같았으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구미신협은 1심 판결이 난 57억대 부실대출 사건 외에 감정가를 부풀려 한 사람에게 100억 원을 대출해줬다가 50억 원의 손해를 입는 별도의 사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대출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을 받던 중 도주하면서 지난해 10월을 마지막으로 재판이 속개되지 않고 있다.
100억대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하자 지난 2022년 구미신협 전 상임감사는 이사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뒤 사직했다. 이후 이사장이 추천으로 새로운 상임감사가 추대돼 현재까지 감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6년 선고를 받은 이사장의 추천인이어서일까. 신임 상임감사는 구미신협의 피해 회복과 피고인들로부터 채권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당시 채권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신협 직원은 이사장과 사건에 연루된 지인들의 재산에 대한 보전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사장의 예금 인출을 막지 않은 것이다. 또 배임 혐의가 있던 이사장을 정직시키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영향이 컸다는 지적도 있다.
구미신협에서 해고 및 면직 당한 직원들이 승소한 판결문 |
채권회수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직원은 "이사장 의견을 따르지 않거나 불리한 진술을 하는 직원을 상대로 형사 고소, 보복성 인사 조치가 이뤄져 직원들이 반발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보복을 당한 직원들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 형사사건에서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복직되지 않거나 관리자급에서 창구직원으로 강등됐다"고 토로했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시도한 직원들의 직간접 피해는 채권회수를 더욱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 피해 회복 위해 작업대출 의혹도
구미신협은 이미 브로커를 통한 부실대출로 57억 원이라는 손해를 떠안는 홍역을 치렀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브로커를 통한 소위 '작업대출'(용도 외 대출)을 시도했다는 또 다른 신고가 접수돼 신협중앙회를 통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윗돌 빼서 아랫 돌 괴는 방식으로 손실을 만회하고자 했지만 이는 정상적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구미신협의 경우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6차례에 걸쳐 사업자 대출 명목으로 경락자금 대출 50여억 원이 시행됐다. 대출자들의 주소지나 소유한 부동산의 소재지가 구미 지역과 거리가 먼 수도권과 부산 등으로 확인되면서 편법 대출이라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신협중앙회를 통해 조사를 지시했으며 신협중앙회가 조사를 다녀간 상태다.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검사국 관계자는 "신협중앙회에서 조합들을 점검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에서도 점검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진행 경과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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