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대학생 리더와 만남'서 7년 전 임명장 뒷얘기 공개
"긴 시계에서 교육정책 있어야…그렇지 않으면 온탕, 냉탕 오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경기도 관내 대학 총학생회 학생 등 70여명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경기도 |
[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7년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부총리 퇴임 이후 자리까지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2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김동연 지사와 '경기도 대학생 리더와의 만남'의 자리에서 있었던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날 판교 경기창조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대학생 리더와 자리에는 경기도 내 30개 대학(가천대, 가톨릭대(성심), 강남대 등)의 총학생회장단 70명이 참석했다. 도내 30개 대학의 '청년리더'들을 한자리에 초청한 것은 도지사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지사는 이날 "왜 우리 청년들이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어떻게 보면 당장에 내 일 같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는 행복해지는 거라고 심플하게 얘기하고 싶다"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가 지금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배경, 입에 물고 태어난 숟가락 색깔, 열심히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과 사회 시스템, 그런 것들 때문에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사회 시스템을, 정책을 여러분이 행복해질 기회가 많아지게끔 바꿔야 한다"며 "바꾸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정치구조, 경제 운영의 틀, 교육시스템이 있다. 여러분 스스로, 여러분의 후세에 이르기까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분이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소리를 내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제가 경제부총리가 돼서 임명장을 받던 날(2017년 6월 10일) 대통령하고 그 당시 청와대 스태프들하고 차를 한잔 했다. 벌써 7년 전 얘기다"면서 임명장 수여 당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하고 차를 마시는데 모 청와대 수석이 '경제부총리 하고(나서 다음에는) 교육부총리 하시면 되겠네요'라고 했다"며 "이에 저는 교육부총리가 교육 못 바꾼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당시 이 물음에 '다소 진지하게 답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사실이다. 교육문제를 바꾸려면 근본적이야 한다. 통치권적인 차원에서(통치권적인 차원이라고 대통령이 (맡아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금 임기(5년) 곱하기 2년쯤 되는 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권으로부터 완전 분리된, 제대로 된 사람들이 만드는 긴 시계에서의 교육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칫 정권 바뀔때마다 정책 바뀌고 목욕탕에서 온탕, 냉탕 오가듯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때 한 말은 농담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 김동연 지사에게 교육부총리 대신 국무총리(정세균 총리 후임)을 제안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금 한국 교육 사회는 불평등 사회다'라고 한 학생이 토로하자 "(불평등이야 말로) 우리 한국사회의 가장 근본적이고 아주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술집에 들어온 빌게이츠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김 지사는 "어떤 술집에 있는 손님들 평균 소득이 얼마일까. 거기에 갑자기 손님 중 하나로 빌게이츠가 들어왔다. 그러면 그 손님들 평균소득은 어떻게 될까. 평균 소득이 엄청 올라갈거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소득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대학생 리더와의 만남'의 행사에서 대학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경기도 |
그러면서 김 지사는 "지금은 우리가 '평균의 오류'에 빠져 있다. 평균을 보면 좋아지는 것 같은데 실제로 사회는 병리현상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지사는 "과거에는 경제가 2, 3% 성장을 하면 평균이 60점이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평균대에 몰려있었다"면서 지금은 경제가 2, 3% 올라가면 90점, 100점이 나오는 반면에 60점에서 30점, 40점으로 떨어진 사람이 있어서 통계나 평균을 보면 좋아지는 것 같은데 실상 사회는 병리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병리현상이 심화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김 지사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기가 소속돼 있는 클래스에서 전혀 이탈할 수 없는 세상, 이런 것들이 심화되면 (세계사적으로)200, 300년마다 혁명이 일어나서 사회를 뒤집었다. 지금은 어떨까. 많은 경제학자들은 병리현상이 심화되면 나오는 게 '경제 위기'라고 한다. 소득 상위 1%가 전체 미국 국민의 몇 %를 가져갈까. 100년 동안에 두 번의 피크가 있었는데 가장 높았던 해의 봉우리(23%)가 있던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있었다. 실업률이 40~50%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 피크는 2007년이다. (소득 1%가 차지하는 비율이 1929년과) 똑같았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직전이다. 국제 금융위기를 분석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근본적으로 소득불균형과 양극화, 단절된 사회계층 문제가 근본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우리 사회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 우리사회가 어떻게 가야 할까.
김 지사는 "과거처럼 평균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고 경제역량이 올라가지 않는다. 관건은 '경제의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려면 '질높은 성장'이 보장되면서 양극화문제가 해결 내지 완화되고, 우리사회의 '계층사다리'가 복원돼야 한다. 그래야 다이나믹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별정책보다는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하나는 '정치',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 정치부터 손대지 않으면 교육문제도 고칠 수 없다. 지금 정치판 보면 사회구조, 갈등구조가 바뀔까.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이며, 이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차담 자리에서 모 청와대 수석이 '교육부총리'란 단어를 꺼냈을 때 고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이 나이 들어도 끝까지 청년이었으면 좋겠다. 열정이 있으면 청년이다. 저도 청년이고 싶다. 끊임없이 시도했으면 좋겠다. 겁낼 것 없다. 응원드린다. 힘내시라"고 덧붙였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