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 지음/연암서가/247쪽 |
[더팩트ㅣ이경구 기자] "그렇다, 어머니의 봄날은 이제 모두 가버린 것이다. 심지어 어머니는 그 봄날이 갔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신다. 꽃다운 열여덟에 시집을 와서 오 남매를 낳은 것도 까맣게 모르고 계신다. 그 오 남매가 면회를 와도 누군지도 모른다. 마흔 초반에 과부가 되어 지게를 지며 농사일을 했던 모진 세월도 어머니의 표정 없는 눈가에는 일렁이지 않는다. 마치 힘겨웠던 인생사를 지워버리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20쪽
중년의 자식들이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떤 블로거는 춘부장의 빈소에 갔다 선친이 생각나 그 길로 1박 2일 여행하며 아버지를 추억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사람들은 마흔 정도가 되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걸까….’-58쪽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와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등으로 잘 알려진 저술가이자 비교문학자인 최효찬이 첫 수필집 ‘마흔, 아버지의 마음이 되는 시간’을 출간했다.
수필집은 △제1부 아버지의 방 △제2부 우리 모두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제3부 사랑, 야누스로 나뉘어 총 31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작가는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집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다. 이제 집으로 가는 순례의 길에 오르는 것은 어떨까. 집은 더 이상 정주의 공간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유목의 공간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집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어쩌면 ‘집으로 떠나는’ 여행,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집에 대한 의미를 가슴에 한두 개쯤 안고 살아간다. 이 때문에 저마다 가슴에 담고 있는 의미를 찾아서 집을 향해 떠나는 순례의 여행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진주동명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문기자로 인생 1막을 보내고 마흔두 살부터 자녀교육, 인문학, 비교문학 분야의 글을 쓰며 인생 2막을 살았다.
주요 저서로 첫 책인 '테러리즘과 미디어'를 비롯해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일상의 공간과 미디어(2008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 '보드리야르 읽기(2020년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성과 50선)' 등이 있다.
2006년부터 자녀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명문가의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강의를 한 바 있으며 수년간 독서칼럼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수필' 12월호 신인상으로 등단, 2022년 '한국수필'에 ‘특별기획 집’을 연재하며 인생 3막을 시작했다.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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