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대산공단 재고 쌓여 공장 가동률 '곤두박질'…지역사회에 악영향
입력: 2024.07.18 14:01 / 수정: 2024.07.18 14:01

지역·서산시·시의회 무관심…여수시의회와 대조
민원도 개별 공장 몫…반기업적 정서까지 '팽배'


대산석유화학공단의 야간 불야성 모습. / 대산공단협의회
대산석유화학공단의 야간 불야성 모습. / 대산공단협의회

[더팩트 ㅣ 서산=이수홍 기자]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공단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대기업 4사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30%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률은 70%에 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사회를 비롯해 서산상공회의소, 서산시, 서산시의회 등은 남의 일처럼 불구경만 하고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단 가동률 곤두박질은 협력사를 비롯해 지역경제 활력화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타개책 마련에 각급 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18일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회사 관계자들은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감산으로 적자의 폭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석유류 제품에만 주력하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제품군 다각화를 통한 설비 투자를 크게 늘린 5년 전부터 이 설비들은 적자 경영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사장은 주 3일을 대산공장으로 출근하며 적자 타개에 올인 중이다.

공단 관계자들은 공단의 적자 경영 탈출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석유화학업계 내수 경기까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산공단 석유화학제품은 그동안 내수보다는 중국 수출 비중이 컸다.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중국 수출에 호황을 누렸던 대산공단은 이른바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탄식이 나온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역수출까지 대산공단은 중국 현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정부도 업계도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시장 다각화에 제때, 제대로 된 대응책 마련에 나서질 못했다는 점이다.

대산공단 석유화학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산항. 대중국 물동량은 대폭 줄었다. / 서산시
대산공단 석유화학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산항. 대중국 물동량은 대폭 줄었다. / 서산시

게다가 대산공단의 어려운 점은 또 있다. 이곳 공단은 울산이나 여수와 달리 국가공단이 아닌 민간공단이다. 갖가지 민원을 개별 공장이 해결해야 한다. 공장에 필요한 전기와 용수, 도로까지 개별 공장들이 다 감당했다.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을 포함한 특정 단체와 서산시의회 등 일부 기관의 반기업적 정서까지 팽배해 비용 부담 등 맞춤 대응에 애를 먹는다. 국가공단은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대산공단은 비용 지출 등으로 감당해야 한다.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있다.

공단의 한 기업 임원 A 씨는 "원유를 들여와 석유화학제품 기초소재를 만드는 구조의 대산공단이 혁명적 차원의 제품 생산 다각화와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공장 설비 일부는 다 뜯어내고 새로운 설비를 갖춰야 하는 데 따른 막대한 투자 비용은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별 공장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국가공단인 여수 지역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최근 여수시의회가 대변하기를 자처하고 나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걸 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며 "의회가 반기업적 정치활동만 안 해도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공단이 아닌 탓에 대산공단 4사의 공통 현안인 안산공원 조성 사업도 기업 간 입장 차이로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지부진을 이유로 현대오일뱅크 본사가 있는 분당 사옥 앞에서 최근 1인 시위 등을 벌여 회사를 곤경에 처하게 한 바 있다.

현재 대산공단 4사의 공통 민원 중 기업과 지역사회 동반 성장을 위한 선도 사업 목적으로 430억 원 규모로 추진된 사회 환원 사업인 안산공원 조성 사업은 4사 간 분담금 몫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150억 원 분담금 몫을 자처하고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나머지 3사는 각 사의 매출 기준으로 분담금 몫을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져 각 사의 분담금 확정 시기는 미지수다.

서산시 대산읍 1만 5000명을 위한 안산공원 조성 사업은 대산읍 시내 '안산'에 복합문화센터(4사 분담금)와 컨벤션센터(발전소특별회계) 등의 시설을 갖춰 여가 및 휴식 공간 조성을 목표로 2018년 추진에 나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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