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려견 악취 갈등 범행 동기 단정 짓기 어려워"
가해자 지목 60대 진술 확보 관건…피해 아동 보호도
북부경찰서 전경./더팩트 DB |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의 한 빌라에서 3명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자 40대는 숨졌고, 가해자로 지목된 60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의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변 탐문 수사에 나선 경찰이 '반려견 악취'로 이들이 갈등을 빚어왔다는 이웃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8일 살인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통상 살인 피의자는 구속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A 씨는 사건 직후 자해로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A 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6분쯤 북구 구포동에 있는 한 4층 짜리 빌라 1층 공동현관 앞에서 B 씨와 그의 초등학생 딸인 C 양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수차례 흉기에 찔려 결국 숨졌고, C 양 역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B 씨가 집에서 먼저 나갔고, 그 뒤를 따라 나선 C 양이 1층에서 쓰러진 B 씨를 발견했다. 이 때 A 씨와도 마주쳤고, 다시 집으로 급히 들어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숨지고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마저 의식이 없는 탓에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신고자인 C 양마저 아버지를 잃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진술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한 뒤에서야 딸은 자신이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또 신고 당시 집안에는 C 양의 할머니도 있었으나 사건 현장을 보지 못해 정확한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사건 현장에는 CCTV도 없어 경찰이 정확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의미한 주민의 진술이 나왔다. A 씨와 B 씨는 2년 전 해당 빌라에서 위·아래층에서 살고 있던 이웃 관계였다. A 씨는 과거 해당 빌라에서 70대 지인과 거주하다가 A 씨가 2022년 10월쯤 거주지를 옮겼다. 따로 나와 살기 전까지 A 씨는 B 씨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악취로 갈등을 빚어왔다는 게 이웃 주민의 진술이다.
이사 이후에도 A 씨는 과거 함께 살던 지인과 왕래를 해 왔고, 그 와중에 지인 또한 지난해 7월 말 반려견 악취와 관련,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그럼에도 A 씨의 범행 동기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의 여러 정황과 주변 탐문 조사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C 양의 심리 지원을 위해 전문상담요원을 파견, 피해자 보호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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