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희도 교육감 찾아갈까요?"…도 넘는 민원 제기한 학부모
입력: 2024.07.03 10:00 / 수정: 2024.07.03 10:00

'민원 폭탄'에 시달린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숨지기 전 학부모와 전화 통화 녹취록 입수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최근 부산시교육청 소속 장학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망 전 장학사와 학부모 간 전화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A(48·여) 씨는 지난달 27일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장학사 A 씨가 부산 한 학교 교장공모제 미지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 부산시교육청 게시판, 내부 개인망, 사무실 내선전화, 항의 방문 등의 방식으로 민원을 받았으며, 다른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팩트>는 장학사 A 씨와 학부모가 부산시교육청 내선전화로 나눈 12분 58초짜리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녹취록은 장학사 A 씨가 숨지기 9일 전인 지난달 18일 통화 내용이다.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한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장 B 씨가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한 정황이 포착된다.

B 씨는 "민원 처리가 지금 전혀 안 되고 있다", "저희들이 보낸 민원 처리가 전혀 안 되고 있어 전화를 드렸다" 등을 언급했다.

이에 장학사 A 씨는 "답변은 현재 준비 중이다.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다수 접수돼 분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답변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응대했다.

B 씨는 민원의 핵심 내용인 '교장 공모제 미지정'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의 심사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 중인 내용은 누구에게도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게 부산시교육청의 방침이다.

B 씨는 "찬성률이 몇 프로 이상 돼야지만 공모제 지정이 가능하냐", "내부적으로 몇 프로를 보고 있나"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A 씨는 "내부적으로 심사와 관련 기준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학교에서 제출한 찬성률, 의견 수렴에 참석한 인원 비율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등 답변을 내놓았다.

B 씨는 감정적인 언사를 섞기도 했다.

B 씨는 "이게 계속 반복이 돼서 이제 화가 난다", "또 장학사님이 설명을 했는데 자꾸 또 재차 질문을 하니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오늘 온 공문도 보니까 내용이 20일이 지난 상황에도 똑같이 왔다. 복사해서 붙인 것이냐", "완전히 무시를 하던데 그냥 니가 아무리 떠들어봐라. 우리 해주는 거야. 이런 뉘앙스던데요", "그럼 이거 더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저희도 교육감 찾아갈까요", "교육감을 만나는 절차를 알려달라" 등 발언을 쏟아냈다.

A 씨는 "복사해서 붙였다기보단 해당 질문 내용에 저희가 줄 수 있는 답변을 드린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신중하게 검토했다라고 말씀드린다", "지난번에 오셔서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전했다", "교장 선생님도 오셔서 과장님과 면담했다" 등으로 답변했다.

일각에선 장학사 A 씨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악성 민원'을 지목한다. 유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A 씨가 최근 교장 공모제 미지정 재검토 요구 관련 민원에 관해 고충을 토로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 처리 과정, 민원 제기 및 응대 과정 등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와 청내 자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법 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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