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원하는 건 특정집단" "말꼬리" 등 발언 쏟아내
시민단체 "시의회 무시, 시민 비하 사과해야"…시장 "수긍 못해"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달 28일 익산시청 상황실에서 민선 8기 2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홍문수 기자 |
[더팩트 | 익산=홍문수 기자]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의 시의회 무시, 시민 비하 발언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며 진정어린 사과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 시장의 사과할 뜻이 없다는 의중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 시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익산참여연대의 시의회 무시, 시민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 촉구와 관련해 "참 한심하다. 수긍할 수 없다"며 "싸우다가 논리가 딸리면 말꼬리를 잡는다. 본질에 충실해야지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다"고 말해 격분한 시민단체를 더욱 부추겼다.
앞서 지난달 7일 익산시는 광역상수도 전환과 관련해 시민공청회를 열린 뒤, 11일 익산참여연대는 "익산시의 일방적인 광역상수도 전환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시민의 의견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렴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어 21일 열린 익산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손진영 시의원은 "익산시의 광역상수도 전환 추진과 관련해 정헌율 시장은 2017년 임기 중에는 도입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면서 "환경부는 2022년 6월 익산시수도정비기본계획(변경)승인 조건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익산시 조례에도 주요시책 추진 및 지역현안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공론화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고 돼 있다"며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시의회나 시민단체는 익산시의 광역상수도 전환 추진과 관련해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찬반 여부를 떠나 ‘왜 전환을 해야 하는지’를 비롯해 수질이나 요금인상 등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결국엔 시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답변 과정에서 정헌율 시장은 손 의원을 향해 "의원님은 빨간색을 끼고 보니까 세상이 다 빨갛게 보인다"며 "공론화를 원하는 집단은 딱 한 집단 밖에 없다. 자기들 자리를 깔아주기를 원하는 집단들"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아울러 "시민들은 공론화위원회를 알지도 못하고 원하는 사람도 없다"며 "공론화 위원회를 원하는 사람들은 특정 집단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또 "자꾸 공론화위원회, 공론화위원회 하지 마시고 사회적 합의를 공론화위원회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특히 "말꼬리 잡으려고 그래요 지금", "말꼬리 잡고 그렇게 할래요"라며 언성을 높혀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최종오 시의장이 나서 정 시장을 향해 "조금 낮추고요. 시장님 좀 들어보세요"라고 진정시키고 나서야 수습됐다.
익산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 이어 정헌율 시장의 시민비하, 시의회 무시와 관련한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광역상수도 요금인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사진/홍문수 기자 |
이에 격분한 익산참여연대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시정질의에서 시민을 매도하고 시의회를 무시하는 정헌율 시장의 발언과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 시장의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광역상수도 요금인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비서실에 전달했다.
이튿날 열린 정헌율 시장 취임 2주기 기자회견에서는 시민단체의 사과 촉구와 항의서한 전달과 관련해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시장은 "참 한심하다. 싸우다가 논리가 딸리면 말꼬리를 잡는다. 그래서 말꼬리 잡지 말라고 한 것이고, (나를 뽑아준) 시민이 주인인데 그 주인을 비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를 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광역상수도 전환과 관련해 익산시민 100% 찬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사회적 합의를 이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감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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