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역습과 중국 저가 제품에 대산석유화학단지 '비틀'
입력: 2024.06.28 15:43 / 수정: 2024.06.28 16:24

대산석유화학단지 업체들 비상 경영...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클 듯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 현대오일뱅크 전경./ 현대오일뱅크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 현대오일뱅크 전경./ 현대오일뱅크

[더팩트 ㅣ 서산=이수홍 기자]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이익 감소로 적자 폭이 커지면서 비상 경영에 나서는 등 조여오는 숨통에 비틀거리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조성의 원조 격인 현대오일뱅크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28일 현대오일뱅크(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임원들의 주말 근무(주 6일제)가 시작됐다.

서울에 상주하는 사장은 28일 대산 공장으로 출근했다. 내주부터는 월·수·금요일 3일은 서산 대산 공장으로 출근을 확정했다. 1986년 공장 가동 이래 사장이 공장으로 출근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비상 경영의 상황을 방증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오일뱅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하반기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경영진으로부터 흘러나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오일뱅크의 한 임원은 "석유화학 공장 꿈의 설비로 불리는 COTC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중동 국가들이 올해 말부터 제품을 쏟아내는 중동 역습이 시작되면 문제의 심각성은 태풍에 비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덮친 현 상황에서도 생산원가 등을 따지면 한국이 경쟁할 마땅한 선택지나 방법은 많지 않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의 빠른 변화를 꾀해야만 한다. 주민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울산, 여수 등의 국가산단과 사정이 다르다. 민간 석유화학단지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경쟁력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집단 민원까지 개별 공장들이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마치 오일뱅크가 페놀을 유출이라도 하는 듯 SNS에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쓴 페놀 이야기' 괴소문을 퍼뜨려 대산석유화학단지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케미칼 또한 적자 누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올해로 3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전사적으로 비용 50% 절감을 실천 중이라고 한다. 이는 볼펜 등 일반 사무용품비까지 절감 대상으로 삼아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을 넘어 상황에 따라서는 구조조정 태풍을 각오해야 할 판이라고 중간 간부급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초소재 공장인 말레이시아, 타이탄, 우즈베키스탄, 미국 등지의 가동률이 저조한 공장 일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출 부진 등 적자 누적은 여수와 울산, 대산 공장까지 영향을 미쳐 자연 감소한 인력은 충원 계획 자체가 없고, 울산과 여수의 일부 폐쇄된 공장 직원들은 구조조정, 공장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향후 5년까지 롯데케미칼의 충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동 쿠웨이트에 49%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시장에 수출길이 막히면서 쿠웨이트에 지분 매각을 통해 단가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중국의 저가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유화업계의 신음 소리에 제때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신음 소리가 곡소리로 변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에 건설한 석유화학 공장에서 내수를 충족하고 나머지는 저가로 수출에 나서는 바람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수출길은 막혀 버렸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오일뱅크의 한 임원은 "원유를 팔아 경제 부국을 구가하던 중동의 국가들이 이제는 직접 제품 생산에 뛰어들어 빠르면 올해 말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오만 등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동 국가들이 이제는 원유 제품을 생산 판매까지 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으로 대산석유화학단지 등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유를 들여와 국내 수요 및 중국 등 해외에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던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중동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집트 쿠웨이트, UAE, 오만 등이 원유를 뽑아낸 그 자리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석유화학 통합공정(COTC) 신개념 공장들이 줄줄이 건설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순부터는 주요 중동 국가들이 석유화학 산업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산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아직 대산석유화학단지 비상 경영에 대해 명확한 분석 등은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정확한 분석을 통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및 충남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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