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지역경제에 부정적"
입력: 2024.06.18 16:13 / 수정: 2024.06.18 16:13

지방은행 설립목적 지역경제 돕는 것
지역기업 대출 어려워져 지역경제 부정적 예상
50년간 독점한 시금고도 시중은행 참여전망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 김영철 페이스북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 김영철 페이스북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대구·경북권 중심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구’를 영업 대상으로 하는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지난 5월 16일 금융위원회는 제9차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의결하면서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출범하게 됐다.

이에 대구은행은 독보적 우위를 점유해 온 대구·경북권에서 벗어나 전국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 2곳등 6개의 시중은행과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5일부터는 지방은행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명도 ‘iM뱅크’로 변경했다.

이에 기존 시중은행과 자산규모 차이가 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국민은행 525조 9997억 원, 신한은행 481조 2828억 원, 우리은행 442조 6175억 원, 하나은행 483조 2993억 원이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72조 8384억원으로 가장 외형이 큰 국민은행과는 7배 넘게 차이가 난다.

또한 대구은행은 대구시 금고 은행으로 대구시와 9개 구, 군청 한해 예산 약 10조 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대구시 공무원 수천 명과 산하기관, 구청 직원 등 수천여 명의 대상 고객 유치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팩트>는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에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지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들어봤다.

-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우선 지방은행은 지방에 소재하고 설립 당시부터 지역경제를 돕기위해 설립이 됐어요. 시중은행과 법적근거도 다르고 은행감독도 조금 다르게 합니다.

그리고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영업방식이 조금 달라요. 학자들은 그걸 ‘관계금융’이라고 하는데요. 시중은행이 돈을 벌기위해서 단기로 돈을 아무 데나 빌려준다면 지방은행은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가져서 지역의 관계성을 가지고 영업을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 어떤 기업이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10년 정도 지나면 성장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면 이런 기업은 현재 구조로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이나 영업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지방은행에서는 설립목적 자체가 지역경제를 돕기 위한 것이어서 대출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런 목적으로 지방은행을 만들었는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역 경제가 안 좋으니까 지역을 떠나서 영업환경이 좋은 데를 찾아가는 것으로 밖에 볼수가 없어요

지방은행이 없는 것은 지역으로선 큰 손해에요. 대구은행이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 지역민들의 금융접근성도 굉장히 좋은거에요. 대구은행으로선 앞으로 영업점포를 지금과 같이 많이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건 명약관화한 것이에요.

지역 기업들도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방과 대구은행이 가지는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대출받기 위해 시중은행 가야될 것이고 대출받는 것도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에서 받았던 것보다 쉽지 않을 거예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지역 기업들이 경영을 위해 대출받는 부분이 어려워 짐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지역경제 정책 대안은 있을까요?

지역경제에서 지방은행이 해오던 역할을 대신할 정책이 중요한데요. 지금은 중앙정부가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운영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방침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통해 뭘 얻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대구은행은 기존의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굉장히 작거든요. 자산규모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7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은행을 시중은행 전환시켜 한국금융 시스템에서 얻는 것들이 뭔지는 불확실하고요.

지방으로서는 잃는 게 많아서 이 불균형을 어떻든 적극적으로 메꿔야 되는데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지방은행을 새로 만드는 것밖에 없어요. 근데 현 정부가 이런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지역투자은행을 만들자, 공공투자은행을 만들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지역 금융을 담당할 은행을 새롭게 고민하고 상상을 해야 돼요.

그런데 참으로 놀랍고 우스운 것은 지방에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된다고 하니 다 박수를 치고 있어요. 갑갑한 노릇입니다.

-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1975년부터 50년간 독점해 온 ‘대구시 금고’ 선정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대구시와 지역 공공기관들이 공공자금을 대구은행에 많이 예치시켰어요. 이런 자금들은 예금 금리도 낮고 장기적으로 예금이 되는 거니까 은행으로 봐선 굉장히 유리한 자금이에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공공자금을 대구은행에 예치시키고 이런 쉬운 자금을 받아서 지역에 환류시키라고 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에요.

지역의 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의 예산 등을 지방은행에 맡겨서 지역의 어려운 기업에 투자하고 대출하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공공자금들이 예금 이자 좀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는 곳도 있어 순환이 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원칙적으로 금리가 낮은 지방은행에 공공자금을 맡기는 목적은 지역 경제를 돕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저렴하게 지역 기업들에 대출 등을 통해 지원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에요.

한편, 지난 2023년 7월 대구시는 시금고 1금고와 2금고 모집했다. 이미 시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단수로 공모에 지원했다. 대구은행은 2027년까지 4년간 대구시 금고지기를 한다. 대구에서는 그동안 다른 시중은행들이 공모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지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오는 2027년 대구시 금고 모집에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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