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나누는 부자…"아빠는 헌혈왕, 나는 헌혈 대통령 될래요"
입력: 2024.06.17 14:24 / 수정: 2024.06.17 14:24

'헌혈 전도사' 이상모 성서경찰서 경위, 16세 된 아들도 팔 걷어
"피를 나눈 아들이 이젠 피를 나누는 경쟁자"


헌혈 전도사로 불리는 대구 성서경찰서 이상모 학교전담경찰관이 첫 헌혈을 한 아들과 함께 헌혈증을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헌혈 전도사'로 불리는 대구 성서경찰서 이상모 학교전담경찰관이 첫 헌혈을 한 아들과 함께 헌혈증을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아버지가 '헌혈왕'이면 전 '헌혈 대통령'이 될겁니다."

15일 오후 4시 대구 헌혈의집 중앙로센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팔을 걷어붙인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첫 헌혈을 마친 이준희(16세) 군은 '아버지보다 더 단골이 될 것'이라고 말해 지켜보던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대구 성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이상모(44) 경위는 이날 130번 째 헌혈을 마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헌혈 전도사'로 알려진 그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16세 생일이 지난 아들이 '첫 헌혈을 하고싶다'며 아버지를 따라 나섰고 그의 단골 헌혈집에서 '피를 나눈 사이'에서 '피를 나누는 사이'가 된 날이다.

이 경위가 헌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2015년 경찰 내부망(폴넷)에서 한 경찰 동료가 백혈병에 걸려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봉사가 헌혈"이라며 "피를 나눠줌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퍼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학교전담경찰관이 헌혈전도사가 된 이유

학교전담경찰관인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한다. 친구와 팔로우만 2000여 명이 넘는 데다 그가 가출청소년을 찾는 게시물을 올리면 대구 전 지역에서 제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던 어느날 이 경위가 헌혈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자 ‘좋아요’와 ‘팔로우’가 폭팔적으로 급증했다.

그는 "학생들과 헌혈이라는 봉사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헌혈을 독려했고 "헌혈로 아이들과 끈끈한 관계가 되었고 '피를 나누는 사이'가 된 후부터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헌혈 인증을 할 때마다 동참하는 이들부터 인증샷까지 올리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13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이상모 경위와 첫 헌혈을 한 아들인 이준희 군이 나란히 피를 뽑으며 피를 나줘주는 부자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13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이상모 경위와 첫 헌혈을 한 아들인 이준희 군이 나란히 피를 뽑으며 "피를 나줘주는 부자"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 헌혈 대통령 꿈꾸는 이준희 군 "혈액팩의 뜨거운 느낌 평생 이어갈 것"

올해 16세인 이준희 군은 어릴 때부터 꿈이 대통령이다. 코흘리개 때부터 뭐든 최고가 되야 직성이 풀렸던 그에게 대통령은 최상의 표현이였다. 이 군은 2017년 아버지가 헌혈로 봉사를 한다는 기사를 본 후 '나도 아버지같이 헌혈로 남을 돕겠다'고 말했다. 며칠 전 이 군은 16번 째 생일을 치른 후 '첫 헌혈을 하겠다'고 밝힌 후 '공약을 지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군은 첫 헌혈을 경험한 후 "혈액팩이 매우 뜨겁게 느껴졌는데 이 느낌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꾸준히 한다면 아버지를 넘어 헌혈 분야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 한 방울부터 시작,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지금부터 헌혈 대통령 직무를 시작할 겁니다. 오늘 헌혈의집에서 받은 박수는 헌혈 대통령 당선으로 박수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피 한 방울로 받은 박수, 헌혈 대통령 이준희라고 받아들입니다. 하하하(웃음)."

이날 이 경위와 이 군은 첫 헌혈증을 기부하기로 했다. 부자지간의 첫 헌혈을 기념하기 위해 SNS에 헌혈증을 구하는 이에게 보낼 예정이다. 이들은 "‘헌혈 부자’라고 불리우기보다 ‘피를 나누는 부자’라고 불리고 싶다"며 "부자가 피를 나눠주는 선한 경쟁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혈왕이라고 불리는 것은 부끄럽습니다만 퇴직 전 대한민국 경찰 역사 최다 헌혈 기록을 세우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일전에 청소년기관들과 단체로 헌혈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뿌듯했습니다. 언젠가는 첫 헌혈자들 100명과 단체로 헌혈을 해보는 것이 바람입니다. 부자의 뜨거운 피가 어떤 기부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습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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