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전경/대구=김채은 기자 |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중생을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4)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친부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가출해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는 B(10대·여) 양에게 "내가 다 책임질 테니 쉼터에서 나오라"며 주거지와 숙식 제공을 약속하고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대구와 경산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며 성관계도 가졌다. A 씨는 B 양과 성관계 모습을 촬영해 뒀다가 B 양이 이별을 요구하자 "다른 이성을 만나면 네 인스타 계정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B 양이 실종돼 수사에 나선 경찰에게 B 양과 함께 있지 않다고 거짓말하고, B 양의 휴대전화로 '쉼터 밖에서 생활하는 게 더 편하다'는 내용의 문제 메시지를 쉼터 관계자에게 보낸 뒤 유심을 빼버렸다.
A 씨는 B 양 이외에도 2명의 가출 청소년을 주거지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차량 조수석 문을 열어놔 통행에 방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차 주인 C 씨를 골프채로 위협한 혐의(특수협박)도 받는다.
A 씨는 공판 준비기일에 "저 역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 있어 B 양의 아픔을 알고 가족이 되려고 했다"며 "성폭력이 아닌 사랑이다"고 주장하며 미성년자를 유인하거나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한 사실을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는데, 재판 당일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는데 형량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A 씨에 대해 징역 4년 1명, 징역 5년 1명, 징역 6년 3명, 징역 7년 2명으로 징역 6년 이상에 대한 의견이 다수였다.
재판부는 "불우한 환경에서 위축된 B 양을 상대로 소위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르고, 위험한 물건으로 C 씨를 위협을 하는 등 피해자 4명 중 일부는 A 씨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A 씨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고 성관계 과정에서 물리력이나 강제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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